12세에 전차서 원자폭탄 피폭 박남주 씨…"양국 교류하며 잘 지내길"
히로시마 한인 피폭자 "핵무기 사용 안돼…한일정상 참배 기뻐"
"핵무기는 너무 잔혹합니다.

절대 써서는 안 됩니다.

동급생들은 대부분 원자폭탄으로 죽었어요.

저도 학교에 갔다면 행방불명이 됐을 겁니다.

"
일본 히로시마에 거주하는 한국인 피폭자 박남주(90) 씨는 18일 연합뉴스 특파원에게 1945년 8월 6일 피폭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피폭 당시 12살 학생이었던 그는 히로시마 교외로 향하는 전차에서 남동생, 여동생과 함께 있었다.

원자폭탄이 폭발한 지점에서 약 1.9㎞ 거리였다.

그해 7월 20일에 학교에서 야외 작업을 하다 머리를 다친 박씨는 잠시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었다.

박씨는 "상처는 거의 나았지만 학교에 가도 공부를 하지 않고 작업만 하니 가지 않았다"며 "원자폭탄이 터진 날 아침에 하늘이 매우 맑고 더웠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전에 쓴 수기에서 "히로시마가 사라진 것 같았다.

정말로 이미 다 흩어져 있었다.

지금도 그 광경을 생각하면 무서워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무서움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박씨는 피폭 당일 광경에 대해 "흙이 날아다니더니 30분쯤 지나서 검은 비가 내렸다"면서 "정말 새까만 비였다"고 말했다.

이른바 '검은 비'는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낙진 비를 뜻한다.

그는 팔을 보여주면서 반점이 검은 비를 맞은 흔적이라고 했다.

박씨는 유방암과 피부암 등에 걸렸지만, 지금은 비교적 건강하다고 말했다.

다음 달에도 일본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재일교포 2세인 박씨는 "일본인 피폭자는 고향도 있고 부모도 있지만, 한국인 피폭자들은 그렇지 않았다"며 "히로시마 피폭자 중에는 경남 합천 출신이 많았고, 귀국했던 사람 가운데 절반은 일본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피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기로 한 데 대해 "매우 기쁘다"고 거듭 말했다.

박씨는 "히로시마 사람들도 한국인 위령비는 잘 가지 않을 것"이라며 "재일교포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살아왔다는 그는 양국 교류가 활발해지고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박씨는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깊이 교류해 왔다"며 "두 나라가 잘 지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