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오강 범람해 주민들 옥상 올라가 헬리콥터 구조 요청
열차 일부 노선 운행 중단…베네치아, 조수차단 장치 '모세' 가동 준비
이탈리아, 극심한 가뭄 뒤 집중 호우…주민 900여명 대피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와 중부 마르케주에 폭우로 인한 홍수로 주민 9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고 안사(ANSA) 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밀리아-로마냐주에 있는 체세나 마을에선 사비오 강이 폭우로 범람하면서 마을 전체가 침수됐다.

일부 주민들은 옥상으로 올라가 헬리콥터 구조를 기다렸다.

동북부 관광 도시 라벤나도 도시 곳곳이 물에 잠겼다.

라벤나 당국은 주민들에게 건물 고층으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해안 마을인 리치오네에선 일부 주민들이 홍수로 잠긴 도로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마르케주의 주도인 안코나에 있는 병원에서는 저층 응급실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겪었다.

이에 따라 병실에 있던 환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으나 아직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폭우에 따른 홍수로 나무가 쓰러지고 산사태 발생, 차량 고립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탈리아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까지 120차례 이상 긴급 출동해 구조 활동을 펼쳤다고 밝혔다.

악천후로 인해 볼로냐-리미니, 포를리-리미니, 페라라-리미니, 라벤나-리미니 노선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일부 도시에서는 당국이 학교를 폐쇄했다.

북부 수상 도시 베네치아에선 당국이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수차단벽 '모세'를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베네치아 석호 입구에 설치된 모세는 최대 3m 높이의 조수까지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드리아해 연안의 지방자치단체들은 강풍과 높은 파도를 이유로 주민들의 해안가 접근을 차단했다.

이탈리아 기상청은 전날 밤부터 17일 저녁까지 48시간 동안 150㎜가 넘는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보해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에밀리아-로마냐주를 포함한 이탈리아 북부 지역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으나 이달 들어서는 집중 호우가 쏟아지고 있다.

앞서 이달 초에는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전문가들은 기상 이변으로 인해 폭염, 폭우, 홍수,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빈번해지고 또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