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나의 작은 철학'
삶을 견디는 웃음의 미학…지친 인생에 위로 건네는 에세이
내일은커녕 0.1초 뒤도 없는 듯 / 지독하게 깐죽대온 시간이 / 역사가 되어 / 천진하고도 엄숙히 / 오늘에게 묻는다.

/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

퀴어 퍼포먼스 아티스트이자 현대미술가, 애니메이션 감독, 작가 등 여러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반지하가 쓴 시의 일부다.

최근 출간된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이야기장수)는 이반지하의 신작 에세이다.

성소수자들이 겪는 비애, 음식, 글쓰기, 죽음, 비주류 예술가의 삶에 관한 글을 담았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저자는 삶의 주변부를 떠돌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노인으로 태어나 아기로 죽어 주변 사람들과 제대로 된 추억을 공유하지 못한 소설 속 인물 '벤자민 버튼'의 삶처럼 저자의 예술도 관객·독자들의 삶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생에서 몇 번 정도 세상과 닿아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접촉면은 사실 기대보다 넓지 않을 수도, 양쪽 다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아주 잠깐일 수도 있다.

"
성소수자로서의 삶, 지인들의 잇따른 부고 소식,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예술이라는 세계. 좌절할 이유는 겹겹이 쌓여있지만, 저자는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다시는 언덕 앞에 좌절하지 않으리."
삶의 힘겨움을 유머로 버텨내는 저자의 태도가 인상적인 책이다.

삶을 견디는 웃음의 미학…지친 인생에 위로 건네는 에세이
고(故) 장춘익 한림대 전 철학과 교수도 이반지하와 비슷한 삶의 태도에 관해 말한다.

신간 에세이 '나의 작은 철학'(곰출판)에서 그는 힘겨울수록 "웃고 다니자"고 권한다.

살면서 다양한 고민과 마주하지만, 단단한 철학으로 무장하고, 유연한 태도를 지니고 있으면 삶 속에 첩첩이 쌓이는 고난의 파도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려면 일단 성숙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

성숙한 태도의 핵심은 "반성적 사고"를 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나의 행위를 조정해가는 것"이다.

성숙한 태도를 갖추면 자연스럽게 예의가 몸에 밴다.

"작은 편익과 사소한 자존심 싸움에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예의를 갖추고 타인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며 기다려주는 것은, 종종 상대의 정말 불쾌한 행위에 대한 가장 훌륭한 대응이 된다"고 말한다.

탁선미 한양대 독문과 교수가 자유, 사회, 철학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고인의 글을 묶었다.

▲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 = 292쪽.
▲ 나의 작은 철학 = 29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