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폭행당한 공무원 실신…정부 안전조치로는 속수무책
[현장in] 악성 민원인에 매일 전쟁인데…"보디캠도 소용 없어"
부산의 한 주민센터에서 30대 공무원이 민원인으로부터 폭행당해 정신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조치가 제 역할을 못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부산 사상구 등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58분께 모라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50대 기초생활수급자 A씨가 30대 공무원 B씨를 폭행했다.

당시 술에 취한 A씨는 생활비를 모두 썼다며 돈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당하자 이후 B씨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가격하는 등 폭행했다.

폭행 여파로 B씨는 정신을 잃었다.

[현장in] 악성 민원인에 매일 전쟁인데…"보디캠도 소용 없어"
일선 현장에서는 이번 사건처럼 공무원이 민원인으로부터 폭행당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대비책이 마련돼 있으나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달 민원인의 폭행·폭언이 잇따르자 기관별로 휴대용영상음성기록장비(보디캠) 운영, 안전요원 배치, 안전가림막·폐쇄회로(CC)TV·비상벨 설치 등 안전조치를 하도록 했다.

이에 사상구도 지난달 보디캠을 주민센터별로 1개씩 도입했다.

현장 상황을 증거로 남기기 위한 보디캠은 필요할 때 민원인에게 촬영하겠다고 고지한 뒤 사용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A씨가 위협을 가하자 공무원 B씨가 보디캠을 착용하며 촬영하겠다고 알렸는데, 이러한 상황이 화를 더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구 관계자는 "B씨가 보디캠을 쓰며 촬영할 수 있다고 말하니 민원인이 더 흥분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영상을 지워주면 폭행을 그만하겠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며 "보디캠은 고발을 위한 사후적인 조치에 불과한 데다 이미 악화한 상황을 오히려 더 나빠지게 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업무 시간에 모든 직원이 보디캠을 착용하거나, 담당 직원이 촬영을 고시하지 않도록 하는 등 부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장in] 악성 민원인에 매일 전쟁인데…"보디캠도 소용 없어"
지난 달 발표된 대책 중 하나인 안전요원 역시 일선 주민센터에는 아직 배치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건이 발생한 사상구는 주민센터 12곳 중 안전요원이 배치된 곳은 1곳도 없다.

각 구·군 차원에서는 인건비 등 예산상 문제로 안전요원을 바로 고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노득 전국공무원노조 사상지부장은 "기초지자체에서는 안전상 필요한 인력을 별도로 증원하거나 인건비를 책정할 권한이 없다"며 "중앙정부나 부산시에 요청해야 하는 데 우선순위에 밀려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도 고유 업무가 있는 데다 현장에 상주할 수 없다"며 "안전요원을 적극적으로 배치해 폭행 사건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제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최근 코로나19 완화 이후 사라지는 칸막이를 재설치하는 등 추가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지부장은 "최근 부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악성 민원인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큰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겪고 있다"며 "이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