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슬픔의 삼각형, '셀럽'부터 대부호까지…청소부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이유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국제영화제는 특별히 총애하는 주제가 있다. 전쟁도 그렇고 인종 차별이나 빈부격차 같은 계층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에서도 칸의 선호가 드러난다.

17일 개봉하는 ‘슬픔의 삼각형’도 지난해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크루즈판 기생충’이라는 평가 속에 계층 간 문제를 통렬한 풍자로 파고든 영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호화로운 선박을 무대로 삼았다는 것이다. 예상하기 힘든 전개와 실소가 나올 만큼 코믹한 상황들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영화를 감독한 스웨덴 출신의 루벤 외스틀룬드는 ‘더 스퀘어’로 2017년에도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야기꾼이다. 이번 영화엔 ‘마티아스와 막심’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가재가 노래하는 곳’ 등에 출연해 많은 인기를 얻은 해리스 디킨슨이 출연했다.

오프닝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다. 오디션을 보려고 남자 모델이 잔뜩 모여 있는데 모두 상반신을 벗고 있다. 모델들이 인터뷰하는 장면이 영화의 시작이다. 카메라를 앞에 둔 모델들은 언급되는 패션 브랜드에 따라 표정을 달리 지어 보인다. 고급 브랜드 모델 역할을 해볼 때는 카리스마 있게 상대를 압도하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저렴한 브랜드에서는 가볍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한다. 감독은 모델들의 표정 변화만으로 단숨에 부의 차이와 계층의 문제를 걸고넘어진다.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모델 커플인 칼(해리스 디킨슨)과 여자친구 야야의 이야기를 그린다. 야야는 칼보다 돈을 더 잘 벌지만 밥값을 내는 건 남자인 칼에게 자주 미룬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다툰다.

작품의 진가는 2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는데 연인 사이인 칼과 야야는 누군가의 협찬을 받아 공짜로 최고급 크루즈를 탄다. 배에는 러시아 갑부를 포함한 부자들이 승선했고, 이들의 말을 무조건 따르는 직원들이 함께 있다. 그리고 계급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엔 화장실 청소부 등이 존재한다. 재력을 뽐내던 부자들은 배멀미를 하다가 고급 음식을 먹고 토하기 시작하는데 청소부들은 토사물을 치워야 한다.

마지막 3부는 크루즈가 전복되면서 살아남은 승객과 직원들이 무인도에 표류한 상황이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흘러간다. 크루즈에서 화장실 청소를 맡았던 애비게일이 뛰어난 생존 능력을 보이며 실세로 떠오르면서다. 그러자 ‘모델 커플’ 칼과 야야는 물론 막대한 돈을 갖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화장실 청소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를 쓴다. 그렇게 권력 관계는 새롭게 재편된다.

영화 곳곳엔 풍자와 해학이 넘쳐난다. 돈과 권력, 성별과 인종, 사상 등 여러 주제를 아우르며 영화가 전개되는 만큼 생각할 거리도 다양하다. 열린 결말도 인상적이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하층민에서 무인도의 실세로 떠오른 애비게일. 그는 고립의 상황이 끝나가는 순간, 어떤 선택을 할까. 관객들은 저마다 다른 결말과 생각할 거리를 안고 극장을 떠날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