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가상화폐 결제 허용불가 확인했지만 '강행'
허구성 알고도 "화폐로 활용, 결제 가능" 홍보
검 "신현성, 테라 시작 7개월전 '실현 불가능' 이미 알아"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건에 깊숙히 관여한 것으로 지목되는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신현성(38)씨가 이 사업을 시작하기 7개월 전에 이미 실현 불가능한 구조라는 점을 인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테라 프로젝트'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신씨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사기 혐의 등으로 지난달 25일 불구속 기소됐다.

11일 서울남부지검이 국회에 제출한 신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신씨와 주변 인사들은 2018년 9월 테라 코인을 지급수단으로 사용하는 어떠한 사업도 허용될 수 없다는 당시 금융당국의 입장을 최종 확인했다.

검찰은 신씨 등이 이때 테라 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테라 페이'와 같은 테라프로젝트가 실현 불가능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들은 2018년 1월부터 테라프로젝트를 구상했고 그해 3월 사업을 설명하는 1차 테라 백서를 발행하면서 테라페이 사업을 추진했다.

이때도 전자금융거래법 등 법규 해석상 가상화폐 결제사업이 허용되지 않을 상황이었다.

애초 테라프로젝트는 테라 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고, 이를 통해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함으로써 시장에서 수요·공급이 조절되는 '가격 고정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되는 사업으로 구상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규제 변화를 달리 기대할 수도 없었던 터라 시작부터 실현 가능성이 없는 구조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런데도 신씨는 사업을 강행, 이듬해인 2019년 4월 2차 테라 백서를 새롭게 발행·공개하고 테라페이 사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사업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한 지 약 7개월 뒤였다.

검찰은 이때도 테라 코인이 지급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었으므로 테라프로젝트 사업의 근본적 결함은 그대로였다고 봤다.

이들은 루나 코인의 발행량을 총 10억개로 제한하겠다고 홍보했으나 정작 발행량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테라 코인은 루나 코인의 소각을 통해서만 발행하도록 설계됐지만 이들은 루나 코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테라SDR(SDT) 10억개를 임의로 사전 발행·보유하고도 이 사실을 투자자들에 숨겼다.

이때 사전 발행했던 테라SDR은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 수시로 유통하는 재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신씨가 언론 인터뷰와 유튜브 등을 통해 테라프로젝트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숨긴 채 지속해서 허위 홍보를 했다고도 공소장에 적혔다.

당시 신씨는 "지역 화폐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테라 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해진다", "테라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면 상품을 암호화폐로 살 수 있다"는 등으로 홍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구금된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와 함께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를 함께 세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