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산불 한달] ② 산에도 마음에도 상흔 여전…"애써 덤덤하지만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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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철거 한창, 일상회복 안간힘…다가올 장마철 산사태·수해 우려도
"함께 버티고 의지" 희망 기대…시, 임시거주지 공급·금융지원 예정 "하루아침에 산불로 터전과 생계 수단을 모두 잃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합니다…."
지난달 11일 강릉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초속 30m에 달하는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도심을 집어삼켰다.
산불은 8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울창한 산림은 시커먼 잿더미로 변했다.
산불 발생 약 한 달만인 지난 8일 찾은 저동, 경포동 일대 마을은 전쟁터처럼 처참한 모습이었다.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폭삭 주저앉은 건물과 앙상하게 드러난 철골조가 그날의 참상을 짐작게 했다.
타다 만 냄비, 솥 등 집안 살림살이가 길가에 나뒹구는 모습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쭉 뻗은 가지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생명력을 뽐내던 소나무 숲도 초록빛을 잃은 채 바람에 힘없이 나부꼈다.
도심 곳곳에서는 철거 작업 중인 굴삭기와 불에 탄 철골이 맞부딪치며 챙챙거리는 파열음이 귓가를 울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뚜렷해진 건 땅 위의 상흔만이 아니었다.
화마(火魔)로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상처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도드라지고 있었다.
23년 전 동해안 산불로 집을 잃은 데 이어 또다시 보금자리를 잃은 전진한(69)씨는 "큰 산불을 두 번이나 겪고 나니까 우울증까지 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자녀 앞으로 들어둔 교육비까지 탈탈 털고, 손수 벽돌까지 쌓아 올리며 가꾼 전씨의 소중한 새 터전은 또다시 화마에 속절없이 타버렸다.
전씨는 7년 전 시작한 양봉업과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왔지만, 이번 산불로 양봉장과 밭이 잿더미가 되면서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다.
산불 피해를 보기 전으로 시곗바늘을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을까.
전씨는 간절한 마음으로 주름진 손에 목장갑을 끼고, 불편한 허리를 다시 굽혀가며 매일 이곳을 찾아 잔해를 정리하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불안하고 슬프기만 해서 매일 불탄 집 찾아오면서 내 손으로 조금씩이라도 고치는 거야" 그의 말에서 슬픔과 막막함이 묻어 나왔다.
이달 말 계획된 건축물 철거·벌채 작업 뒤 찾아올 여름 장마철은 그의 또 다른 걱정거리다.
벌채 이후 약해진 지반 탓에 애써 복구한 집이 산사태, 수해 등 재해로 또다시 피해를 볼까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애써 덤덤하게 지내고는 있지만 속은 타들어 간다"며 "하루라도 빨리 이재민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민들의 상처만큼이나 산과 들 곳곳에도 여전히 거무스름한 생채기가 남아있었지만, 죽은 땅 위에 새 생명이 마치 희망을 노래하듯 잿더미 사이로 또다시 푸른 새싹이 움트고 있었다.
절망을 딛고 희망을 꿈꾸고 있는 건 비단 그 새싹뿐만이 아니었다.
3년 전부터 사근진해수욕장 인근에 거주하며 펜션을 운영·관리해온 이기동(35)씨 부부는 산불로 펜션을 잃었음에도 이재민들의 의류 등을 세탁·건조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임시주거지에서 약 두 달 뒤면 나가야 하는 처지이지만, 이씨는 불평 하나 없이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며 희망을 불어넣고 있었다.
이씨는 "수입이 끊겨 당장 입을 옷을 사는 것부터 부담스럽고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이 가장 크다"면서도 "그래도 다 같이 침울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웃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함께 버티며 의지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다시 또 좋은 날이 오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10일 강릉시의 1차 피해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217가구 48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시는 최근 강릉 아레나에 대피해 있던 이재민들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 주택 30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관사 10호, 호텔·펜션 111호 등 151호로 이주시켰다.
일부 이재민들은 친인척, 지인 등이 살고 있는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달 말까지 시는 이재민 50가구에 이동식 조립주택을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또 이재민을 대상으로 대출금 원금·이자를 유예해주거나 긴급 대출 서비스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산불로 피해를 본 농가에는 종자 확보, 벼 육묘 대행, 농기구 세트 공급, 인력 지원 등에 나선다.
/연합뉴스
"함께 버티고 의지" 희망 기대…시, 임시거주지 공급·금융지원 예정 "하루아침에 산불로 터전과 생계 수단을 모두 잃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합니다…."
지난달 11일 강릉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초속 30m에 달하는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도심을 집어삼켰다.
산불은 8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울창한 산림은 시커먼 잿더미로 변했다.
산불 발생 약 한 달만인 지난 8일 찾은 저동, 경포동 일대 마을은 전쟁터처럼 처참한 모습이었다.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폭삭 주저앉은 건물과 앙상하게 드러난 철골조가 그날의 참상을 짐작게 했다.
타다 만 냄비, 솥 등 집안 살림살이가 길가에 나뒹구는 모습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쭉 뻗은 가지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생명력을 뽐내던 소나무 숲도 초록빛을 잃은 채 바람에 힘없이 나부꼈다.
도심 곳곳에서는 철거 작업 중인 굴삭기와 불에 탄 철골이 맞부딪치며 챙챙거리는 파열음이 귓가를 울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뚜렷해진 건 땅 위의 상흔만이 아니었다.
화마(火魔)로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상처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도드라지고 있었다.
23년 전 동해안 산불로 집을 잃은 데 이어 또다시 보금자리를 잃은 전진한(69)씨는 "큰 산불을 두 번이나 겪고 나니까 우울증까지 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자녀 앞으로 들어둔 교육비까지 탈탈 털고, 손수 벽돌까지 쌓아 올리며 가꾼 전씨의 소중한 새 터전은 또다시 화마에 속절없이 타버렸다.
전씨는 7년 전 시작한 양봉업과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왔지만, 이번 산불로 양봉장과 밭이 잿더미가 되면서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다.
산불 피해를 보기 전으로 시곗바늘을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을까.
전씨는 간절한 마음으로 주름진 손에 목장갑을 끼고, 불편한 허리를 다시 굽혀가며 매일 이곳을 찾아 잔해를 정리하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불안하고 슬프기만 해서 매일 불탄 집 찾아오면서 내 손으로 조금씩이라도 고치는 거야" 그의 말에서 슬픔과 막막함이 묻어 나왔다.
이달 말 계획된 건축물 철거·벌채 작업 뒤 찾아올 여름 장마철은 그의 또 다른 걱정거리다.
벌채 이후 약해진 지반 탓에 애써 복구한 집이 산사태, 수해 등 재해로 또다시 피해를 볼까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애써 덤덤하게 지내고는 있지만 속은 타들어 간다"며 "하루라도 빨리 이재민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민들의 상처만큼이나 산과 들 곳곳에도 여전히 거무스름한 생채기가 남아있었지만, 죽은 땅 위에 새 생명이 마치 희망을 노래하듯 잿더미 사이로 또다시 푸른 새싹이 움트고 있었다.
절망을 딛고 희망을 꿈꾸고 있는 건 비단 그 새싹뿐만이 아니었다.
3년 전부터 사근진해수욕장 인근에 거주하며 펜션을 운영·관리해온 이기동(35)씨 부부는 산불로 펜션을 잃었음에도 이재민들의 의류 등을 세탁·건조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임시주거지에서 약 두 달 뒤면 나가야 하는 처지이지만, 이씨는 불평 하나 없이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며 희망을 불어넣고 있었다.
이씨는 "수입이 끊겨 당장 입을 옷을 사는 것부터 부담스럽고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이 가장 크다"면서도 "그래도 다 같이 침울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웃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함께 버티며 의지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다시 또 좋은 날이 오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10일 강릉시의 1차 피해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217가구 48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시는 최근 강릉 아레나에 대피해 있던 이재민들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 주택 30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관사 10호, 호텔·펜션 111호 등 151호로 이주시켰다.
일부 이재민들은 친인척, 지인 등이 살고 있는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달 말까지 시는 이재민 50가구에 이동식 조립주택을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또 이재민을 대상으로 대출금 원금·이자를 유예해주거나 긴급 대출 서비스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산불로 피해를 본 농가에는 종자 확보, 벼 육묘 대행, 농기구 세트 공급, 인력 지원 등에 나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