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이라는 욕망, 그 환상에서 벗어나라"…신간 '집단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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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로즈 하버드대 교수가 분석한 집단 사고의 오류와 광기
인간은 주변을 모방하도록 진화했다.
어린아이는 난로가 뜨거운지 안 뜨거운지 직접 확인하는 대신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답을 찾곤 한다.
이는 인지적 능력이 완성된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성인은 흔히 이윤추구를 위해 투자에 나서는데, 투자할 때 타인의 영향을 자주 받는다.
인간은 남들이 무언가에 투자해 성공하면 너도나도 같은 종목이나 상품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모방이 때로 투기 광풍을 불러오기도 한다.
별다른 가치 없는 튤립이 금화보다 비싸지고, 기술력을 검증받지 않는 인터넷 회사들이 엄청난 자금을 빨아들인 후 도산하는 이유다.
스코틀랜드의 언론인 찰스 맥케이는 1841년 펴낸 책 '대중의 미망과 광기'에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광풍'을 비판했지만, 그로부터 몇 년 후 철도 주식 광풍에 휩쓸려 큰돈을 잃었다.
엄청난 배당금을 준다는 광고에 현혹돼 남들처럼 잘못된 투자를 하고 만 것이다.
그뿐 아니다.
존 스튜어트 밀, 찰스 다윈과 같은 인류사의 위대한 지성들조차 주식 광풍에 참여해 낭패를 봤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평균의 종말'을 쓴 토드 로즈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집단 착각'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실제로 좋아하지 않지만, 다수가 좋다고 하면 괜찮은 듯한 착각이 들거나 모두가 '그렇다'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를 '집단 착각'이라 명명한다.
로즈 교수는 신간 '집단 착각'(원제: Collective Illusions)에서 이런 집단 착각이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는 과학자들의 다양한 실험을 예로 들며 설명한다.
예컨대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는 fMRI(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피험자들이 집단에 순응할 때마다 확신과 보상에 관여한 뇌의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피험자들이 집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면, 불쾌한 감정과 연관되어 뇌의 영역인 소뇌 편도가 피험자에게 '오류 신호'를 보내고, 그로 인해 피험자들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사실 이런 모방은 사회성을 중시하는 인간이 오랜 시간 공들여 발달시켜온 능력이다.
저자는 "스스로 원치 않더라도 자신을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서 그들처럼 행동하도록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은 없는 법이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모방 능력은 인류 문명 발전에 도화선이 됐지만, 부작용도 초래했다.
집단적 사고는 흔히 '착각'을 불러와 비극적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10년 8월 20명의 승객을 태운 프로펠러 비행기가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에서 260㎞ 떨어진 반둔두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승무원은 기내 뒤편으로 무엇인가 빨리 움직이는 것을 봤다.
악어였다.
혼비백산한 승무원은 조종석으로 뛰었다.
뒤이어 한 승객이 깜짝 놀라 그를 뒤따랐다.
순식간에 다른 승객들도 승객을 따라 뛰었다.
그렇게 앞으로 달려 나간 사람들의 체중은 비행기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비행기는 추락했고, 승객들은 전원 목숨을 잃었다.
집단 착각은 이처럼 사고의 빌미가 될 뿐만 아니라 때로 사회적 진보도 가로막는다.
한 여론조사에서 여성 정치인이 남성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으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추고 있느냐는 질문에 79%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선거에서 이기려면 누굴 공천해야 하느냐고 질문을 바꾸자 대다수가 여성 후보는 불리하다고 답했다.
선거는 승자독식 게임인 만큼 유권자들은 '누가 이길 수 있는 후보냐'를 묻고 따지는데, 그 과정에서 사회적 편견이 적나라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집단 착각이 이렇게 공공선에 반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집단 착각은 서로를 향한 공포를 부추기며, 협동 능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하고, 사회적 진보를 가로막는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집단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집단 착각에 휘둘리지 말고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의심하며 당연하다고 여긴 것들을 성찰하라고 조언한다.
규범을 깨부술 용기를 갖고, '긍정적인 일탈'을 하라고 주문한다.
무엇보다 집단적 사고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체코 민주화를 이끈 작가이자 정치인 바츨라프 하벨의 말을 소개하며 '집단 착각'의 욕망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익명의 군중 속에 녹아들어 삶의 흉내를 내는 가짜 삶의 강물을 따라 편안하게 흘러내리고픈 약간의 욕망이 존재하는 것이다.
"
21세기북스. 노정태 옮김. 420쪽.
/연합뉴스
어린아이는 난로가 뜨거운지 안 뜨거운지 직접 확인하는 대신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답을 찾곤 한다.
이는 인지적 능력이 완성된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성인은 흔히 이윤추구를 위해 투자에 나서는데, 투자할 때 타인의 영향을 자주 받는다.
인간은 남들이 무언가에 투자해 성공하면 너도나도 같은 종목이나 상품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모방이 때로 투기 광풍을 불러오기도 한다.
별다른 가치 없는 튤립이 금화보다 비싸지고, 기술력을 검증받지 않는 인터넷 회사들이 엄청난 자금을 빨아들인 후 도산하는 이유다.
스코틀랜드의 언론인 찰스 맥케이는 1841년 펴낸 책 '대중의 미망과 광기'에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광풍'을 비판했지만, 그로부터 몇 년 후 철도 주식 광풍에 휩쓸려 큰돈을 잃었다.
엄청난 배당금을 준다는 광고에 현혹돼 남들처럼 잘못된 투자를 하고 만 것이다.
그뿐 아니다.
존 스튜어트 밀, 찰스 다윈과 같은 인류사의 위대한 지성들조차 주식 광풍에 참여해 낭패를 봤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평균의 종말'을 쓴 토드 로즈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집단 착각'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실제로 좋아하지 않지만, 다수가 좋다고 하면 괜찮은 듯한 착각이 들거나 모두가 '그렇다'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를 '집단 착각'이라 명명한다.
로즈 교수는 신간 '집단 착각'(원제: Collective Illusions)에서 이런 집단 착각이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는 과학자들의 다양한 실험을 예로 들며 설명한다.
예컨대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는 fMRI(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피험자들이 집단에 순응할 때마다 확신과 보상에 관여한 뇌의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피험자들이 집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면, 불쾌한 감정과 연관되어 뇌의 영역인 소뇌 편도가 피험자에게 '오류 신호'를 보내고, 그로 인해 피험자들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사실 이런 모방은 사회성을 중시하는 인간이 오랜 시간 공들여 발달시켜온 능력이다.
저자는 "스스로 원치 않더라도 자신을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서 그들처럼 행동하도록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은 없는 법이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모방 능력은 인류 문명 발전에 도화선이 됐지만, 부작용도 초래했다.
집단적 사고는 흔히 '착각'을 불러와 비극적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10년 8월 20명의 승객을 태운 프로펠러 비행기가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에서 260㎞ 떨어진 반둔두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승무원은 기내 뒤편으로 무엇인가 빨리 움직이는 것을 봤다.
악어였다.
혼비백산한 승무원은 조종석으로 뛰었다.
뒤이어 한 승객이 깜짝 놀라 그를 뒤따랐다.
순식간에 다른 승객들도 승객을 따라 뛰었다.
그렇게 앞으로 달려 나간 사람들의 체중은 비행기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비행기는 추락했고, 승객들은 전원 목숨을 잃었다.
집단 착각은 이처럼 사고의 빌미가 될 뿐만 아니라 때로 사회적 진보도 가로막는다.
한 여론조사에서 여성 정치인이 남성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으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추고 있느냐는 질문에 79%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선거에서 이기려면 누굴 공천해야 하느냐고 질문을 바꾸자 대다수가 여성 후보는 불리하다고 답했다.
선거는 승자독식 게임인 만큼 유권자들은 '누가 이길 수 있는 후보냐'를 묻고 따지는데, 그 과정에서 사회적 편견이 적나라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집단 착각이 이렇게 공공선에 반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집단 착각은 서로를 향한 공포를 부추기며, 협동 능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하고, 사회적 진보를 가로막는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집단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집단 착각에 휘둘리지 말고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의심하며 당연하다고 여긴 것들을 성찰하라고 조언한다.
규범을 깨부술 용기를 갖고, '긍정적인 일탈'을 하라고 주문한다.
무엇보다 집단적 사고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체코 민주화를 이끈 작가이자 정치인 바츨라프 하벨의 말을 소개하며 '집단 착각'의 욕망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익명의 군중 속에 녹아들어 삶의 흉내를 내는 가짜 삶의 강물을 따라 편안하게 흘러내리고픈 약간의 욕망이 존재하는 것이다.
"
21세기북스. 노정태 옮김. 42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