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위로금 75억 지급 여부 주목…"유족 처지 살펴야" 동정론
배상 길 막히고 소송비용까지 부담…제천화재 유족 '이중고'
충북 제천 화재참사 유족이 충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당초 유족과 충북도가 잠정 합의했던 '위로금' 지급 여부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2017년 발생한 화재참사의 유족 220명과 부상자 30명은 소방 당국의 부실 대응책임을 물어 감독기관인 충북도를 상대로 2020년 3월 163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소방 당국의 과실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과실로 인해 피해자들이 사망하기까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충북도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유족 측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지난 3월 16일 열린 재판에서 원고 패소로 최종 판결이 났다.

유족으로서는 배상은커녕 1억8천여만원에 이르는 충북도의 소송비용까지 물어줘야 할 처지로 몰린 것이다.

충북도 법무혁신담당관실 관계자는 7일 "판결문에 원고가 소송비용을 부담한다고 명시된 만큼 실무자 입장에서는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조만간 법원에 소송비용액 확정 결정신청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천 지역사회에서는 유족을 향한 동정론이 일고 있다.

대법원 패소 판결로 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길이 막힌 유족에게 거액의 소송비용까지 부담케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이다.

실제 유족 상당수는 화재 참사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 변호사가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무료 변론을 했음에도 개별적으로 수백만원에 이르는 인지송달료 부담이 어려운 유족 18명과 부상자 28명이 중도에 재판을 포기해야 했다.

유족 측은 비록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막혔지만 충북도가 원칙적으로 합의했던 위로금을 집행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충북도는 화재 참사 유족을 위해 정부로부터 특별교부세를 지원받아 위로금 75억원을 지급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유족 측이 합의문에 '도지사의 (법적) 책임 인정'을 명기할 것을 요구하면서 최종 결렬됐다.

이와 관련, 유족 대표들은 제천 출신 김호경·김꽃임 도의원의 주선으로 지난달 24일 도청 담당 공무원들을 면담하고 "유족의 아픔이 치유됐으면 한다.

충북도의 입장이 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완곡하게 위로금 지급을 요구한 셈이다.

도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문제는 그간 충북도도 노력해 왔던 사안"이라며 "최종 소송 결과가 나온 만큼 그에 따라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로서는 뭐라 답변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위로금 지급 여부는)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규정을 찾아봐야 하고, 도민들과의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호경 도의원은 "소방 당국의 과실이 분명한데도 법적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된 유족의 상실감을 충북도가 치유해야 한다"며 "많은 유족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도 감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천 화재 참사는 2017년 12월 21일 일어났다.

제천시 하소동의 스포츠센터를 삼킨 화마에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하면서 지역사회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