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대관식 르포] 정숙 유지하던 군중 찰스3세 화려한 마차 행렬에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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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세이브 더 킹…왕실이 영국인 하나로 묶어준다"
행사 3시간여 전에 이미 가득 차…경찰·진행요원 촘촘히 배치
한쪽에선 "내 왕이 아니다"…군주제 폐지 단체 대표 체포 "신이여 국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
6일(현지시간) 오전 찰스 3세 국왕 부부가 탄 화려한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가 등장하자 한 남성이 크게 외쳤다.
이날 오전 10시 20분이 조금 넘자 버킹엄궁 앞 도로 '더 몰'에 군악대의 힘찬 연주가 들리고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대관식을 치르러 가는 '왕의 행렬'이 출발한 것이다.
'더 몰' 주변은 이미 오전 7시에 가득 차서 통행이 통제됐다.
역사적인 대관식을 직접 지켜보려는 사람들이 도로 주변에 6∼7겹씩 겹쳐 섰다.
명당은 며칠 전부터 텐트를 치고 노숙한 열혈 왕실 팬들의 몫이었다.
드디어 멋진 제복에 번쩍이는 모자를 쓴 군인들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위로 들어 올리며 환영했다.
하지만 의외로 군악대 소리만 생생하게 들릴 정도로 주변은 조용했다.
행렬의 말들이 놀라지 않게 휘파람과 큰 소리를 자제해달라고 안내 방송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지 않은 행렬 끝에 찰스 3세 부부가 탄 마차가 나타나자 지지자들은 참지 못하고 환호를 보냈다.
기상청 예보대로 오전 9시께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1시간여 우산과 우비를 쓰고 기다렸는데도 다들 표정이 밝았다.
찰스 3세 얼굴이 찍힌 깃발을 몸에 두르거나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 모양 모자, 왕관 등을 쓴 이들을 보면 축제 같았다.
멋진 모자를 쓰고 한껏 차려입은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작년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때와는 공기의 무게 자체가 달랐다.
작년 6월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행사 플래티넘 주빌리 때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흥겨웠다.
여왕의 재위가 곧 끝나감을 예상하며 기념하는 것과 왕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것은 차이가 컸다.
인기 여부와는 별개의 일이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왕실이 영국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런던에서 3시간 떨어진 스토크-온-트렌트에서 부인, 딸과 함께 온 폴 씨는 "우리의 군주 찰스 3세 국왕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폴씨는 "군주제는 잉글랜드 특유의 제도로, 영국에 좋다"며 "공화제를 원하는 사람들이 시위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들은 극소수"라고 주장했다.
폴씨의 부인은 "여왕 대관식 때 열 살이었는데 흑백 TV로 본 기억이 난다.
그날도 하루 종일 비가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찰스 3세가 즉위 후 잘하고 있지만 여왕이 워낙 훌륭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온 필리스와 스티븐씨 부부는 "왕실이 우리를 뭉치게 만든다"면서도 "스코틀랜드에선 우리 같은 왕실 지지자가 흔치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관식을 집전하는 캔터베리 대주교가 찰스 3세에게 경의를 표할 것을 모두에게 요청할 때 동참하려고 문구도 인쇄해왔다고 보여줬다.
이들 부부는 한국에서 10년간 일했다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얼굴에 영국 국기 모양으로 그림을 그린 15세 해리씨는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는 대관식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왔다"며 "현대에서 왕실의 역할은 지금처럼 생계비 위기 등으로 어려울 때 나라를 통합하고, 나라에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찰스 3세에 관해서는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며 "국왕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화국 전환을 추진하는 단체 '리퍼블릭'은 이날 왕의 행렬 중에 '내 왕이 아니다'(Not My King)라는 구호를 외치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트래펄가 광장 앞에 노란색 깃발과 팻말을 들고 모였다.
리퍼블릭의 대표 그레이엄 스미스는 "우리도 국가 원수를 투표를 통해 선출하고 정치체제를 현대화해야 한다"며 "군주제 지지자는 소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미스는 이날 오전 7시30분께 경찰에 체포됐다.
평화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알려졌다.
과격 환경단체 회원도 한 명 체포됐다.
이날 '더 몰' 주변에는 경찰과 진행요원이 촘촘하게 배치돼있었다.
경찰은 이날 런던에 1만1천명을 투입하는 등 대관식 안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원수급 100여명 등 200여개국 대표가 참석하는 행사다 보니 비상 상황이다.
/연합뉴스
행사 3시간여 전에 이미 가득 차…경찰·진행요원 촘촘히 배치
한쪽에선 "내 왕이 아니다"…군주제 폐지 단체 대표 체포 "신이여 국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
6일(현지시간) 오전 찰스 3세 국왕 부부가 탄 화려한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가 등장하자 한 남성이 크게 외쳤다.
이날 오전 10시 20분이 조금 넘자 버킹엄궁 앞 도로 '더 몰'에 군악대의 힘찬 연주가 들리고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대관식을 치르러 가는 '왕의 행렬'이 출발한 것이다.
'더 몰' 주변은 이미 오전 7시에 가득 차서 통행이 통제됐다.
역사적인 대관식을 직접 지켜보려는 사람들이 도로 주변에 6∼7겹씩 겹쳐 섰다.
명당은 며칠 전부터 텐트를 치고 노숙한 열혈 왕실 팬들의 몫이었다.
드디어 멋진 제복에 번쩍이는 모자를 쓴 군인들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위로 들어 올리며 환영했다.
하지만 의외로 군악대 소리만 생생하게 들릴 정도로 주변은 조용했다.
행렬의 말들이 놀라지 않게 휘파람과 큰 소리를 자제해달라고 안내 방송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지 않은 행렬 끝에 찰스 3세 부부가 탄 마차가 나타나자 지지자들은 참지 못하고 환호를 보냈다.
기상청 예보대로 오전 9시께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1시간여 우산과 우비를 쓰고 기다렸는데도 다들 표정이 밝았다.
찰스 3세 얼굴이 찍힌 깃발을 몸에 두르거나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 모양 모자, 왕관 등을 쓴 이들을 보면 축제 같았다.
멋진 모자를 쓰고 한껏 차려입은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작년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때와는 공기의 무게 자체가 달랐다.
작년 6월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행사 플래티넘 주빌리 때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흥겨웠다.
여왕의 재위가 곧 끝나감을 예상하며 기념하는 것과 왕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것은 차이가 컸다.
인기 여부와는 별개의 일이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왕실이 영국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런던에서 3시간 떨어진 스토크-온-트렌트에서 부인, 딸과 함께 온 폴 씨는 "우리의 군주 찰스 3세 국왕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폴씨는 "군주제는 잉글랜드 특유의 제도로, 영국에 좋다"며 "공화제를 원하는 사람들이 시위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들은 극소수"라고 주장했다.
폴씨의 부인은 "여왕 대관식 때 열 살이었는데 흑백 TV로 본 기억이 난다.
그날도 하루 종일 비가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찰스 3세가 즉위 후 잘하고 있지만 여왕이 워낙 훌륭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온 필리스와 스티븐씨 부부는 "왕실이 우리를 뭉치게 만든다"면서도 "스코틀랜드에선 우리 같은 왕실 지지자가 흔치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관식을 집전하는 캔터베리 대주교가 찰스 3세에게 경의를 표할 것을 모두에게 요청할 때 동참하려고 문구도 인쇄해왔다고 보여줬다.
이들 부부는 한국에서 10년간 일했다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얼굴에 영국 국기 모양으로 그림을 그린 15세 해리씨는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는 대관식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왔다"며 "현대에서 왕실의 역할은 지금처럼 생계비 위기 등으로 어려울 때 나라를 통합하고, 나라에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찰스 3세에 관해서는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며 "국왕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화국 전환을 추진하는 단체 '리퍼블릭'은 이날 왕의 행렬 중에 '내 왕이 아니다'(Not My King)라는 구호를 외치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트래펄가 광장 앞에 노란색 깃발과 팻말을 들고 모였다.
리퍼블릭의 대표 그레이엄 스미스는 "우리도 국가 원수를 투표를 통해 선출하고 정치체제를 현대화해야 한다"며 "군주제 지지자는 소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미스는 이날 오전 7시30분께 경찰에 체포됐다.
평화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알려졌다.
과격 환경단체 회원도 한 명 체포됐다.
이날 '더 몰' 주변에는 경찰과 진행요원이 촘촘하게 배치돼있었다.
경찰은 이날 런던에 1만1천명을 투입하는 등 대관식 안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원수급 100여명 등 200여개국 대표가 참석하는 행사다 보니 비상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