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옥 인하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당연히 해야 하는 일"
[#나눔동행] 10년 넘게 장애학생들 의료 지원…소아재활 명의
소아 재활 분야에서 유명한 김명옥(57) 인하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1990년 전공의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재활의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데는 은사인 고(故) 오정희 교수의 영향이 컸다.

김 교수의 모교인 고려대에 재활의학을 처음 들여온 오 교수는 뇌성마비 아동들을 치료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김 교수는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은사님은 긴 암 투병으로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 집으로 아이들을 불러 진료했다"며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재활의학에 큰 관심이 생겼고 하다 보니 마침 적성에도 잘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하대병원이 개원한 1996년부터 이곳에 몸담고 의료 봉사에도 첫발을 들였다.

김 교수가 계양구 노틀담장애인복지관 자문의로 장애 아동 진료를 돕던 2010년께 인천시교육청의 'SOS'가 왔다.

전국 처음으로 각 학교에 신설한 중도·중복장애 학생 학급에 의료 자문을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장애가 심하거나 2가지 이상의 장애가 중복된 아이들은 일상생활이 어려워 집에서만 머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김 교수는 "아이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 진정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자는 굉장히 좋은 취지였다"며 "그러나 장애가 심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의료적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뇌 병변과 시각·청각·지적 장애 등을 앓는 아이들은 수업 중 뇌전증을 일으켰고 혼자서는 음식을 먹기도 힘들어했다.

내내 방광에 호스를 꽂고 생활하거나 욕창이 심한 학생도 있었다.

[#나눔동행] 10년 넘게 장애학생들 의료 지원…소아재활 명의
도움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김 교수는 외래 진료가 없는 비번 날마다 학교를 찾았다.

많을 때는 1년에 학교 16곳을 혼자서 다니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특수교사와 함께 아이 한 명 한 명의 상태를 살피고 음식 먹이는 법, 의자에 제대로 앉히는 법, 소독하는 법 등을 세세하게 일러줬다.

장애가 심해 내원조차 버거운 아이들은 병원으로 직접 데려와 엑스레이를 찍고 건강검진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음식을 제대로 먹기가 어려워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굳어진 자세 탓에 고관절이 탈구된 아이들도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 교수가 봉사를 이어오던 2020년께 인하대병원과 시교육청은 중도·중복장애 학생 지원을 위해 본격적인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 때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의료 관련 지원을 받은 장애 학생은 600명에 달한다.

김 교수의 이전 봉사까지 포함하면 수혜 학생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김 교수는 "힘들다고 생각하면 못 하는 일이고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재활의학과 의사이기에 이런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오랜 봉사 이력을 살려 인하대병원 사회공헌지원단장까지 맡은 김 교수는 앞으로도 지원단을 이끌며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사회공헌지원단은 지난해에도 서해5도인 대청도를 찾아 병원을 찾기 어려운 주민 100여명을 무료로 진료했다.

또 의료 시설이 취약한 김포 북부권도 방문해 주민 400여명의 통증 완화 치료 등을 도왔다.

김 교수는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의료 봉사에도 많은 제약이 있어 안타까웠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진 만큼 장애 학생들의 의료 컨설팅은 물론 지역에 자살 예방 메시지를 전달하는 생명 존중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