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이성문은 "제2의 정영학 될 수도" 협박해 성과금 챙겨
김만배에 10억 뜯긴 금융사 임원, 대장동 터지자 "도로 내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자 주변 인물들이 그를 협박하며 범죄 수익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가 4일 국회에 제출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의 김씨 아내 등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사건 공소장에는 한때 가까웠던 이들이 김씨가 궁지에 몰린 것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 한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 김만배에 10억 뜯긴 은행 임원…출소 뒤 반격
공소장에는 김씨가 머니투데이 기자 시절 한 저축은행 임원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10억원을 챙긴 사실이 담겼다.

김씨는 저축은행 상무이사이던 유모씨가 2007∼2008년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한 사실을 포착한 뒤 취재 명목으로 접근해 돈을 뜯어냈다.

2억원을 받아낸 뒤 관련 기사를 쓰지 않은 김씨는 이후 유씨와 친분을 쌓은 뒤 수시로 판검사들과 통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후 유씨는 2008∼2009년 이 저축은행 회장이 대출비리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검찰에 얘기해 사건이 잘 해결되도록 도와주겠다"며 2억원을 챙겼고, 유씨가 2011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사건으로 수사받자 검찰 간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또 2억원을 받아냈다.

이 밖에도 법률신문 인수 대금, 회식비, 골프비 등 김씨가 유씨에게 받은 돈은 10억원에 이른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김씨의 호언장담에도 유씨는 2011년 4월 구속돼 10년간 옥살이를 했다.

출소 후인 2021년 9∼10월 언론보도를 통해 대장동 사건을 접한 유씨는 구속영장 재청구를 앞둔 김씨에게 과거 돈을 준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10억원을 돌려받으려 했다.

유씨는 김씨 변호인을 통해 "돈을 많이 벌었으니 그중 10억원을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김씨는 2021년 11월 2억5천만원을 유씨에게 줬다.

유씨는 김씨 구속 이후에도 서신을 통해 협박을 계속했고, 지난해 11월 구속기간 만료로 김씨가 풀려난 뒤에도 지속해 금품을 요구했다.

결국 같은 해 12월 3천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검찰은 유씨가 이 돈이 대장동 범죄수익이라는 것을 알고서 이를 은닉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24일 재판에 넘겼다.

김만배에 10억 뜯긴 금융사 임원, 대장동 터지자 "도로 내놔"
◇ 이성문, 성과금 요구하며 "제2의 정영학될 수도" 협박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성문 씨도 지난해 9월 본인 성과금을 챙기려고 김씨에게 여러 차례 폭로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대장동 사건 초반에는 김씨를 도왔다.

검찰은 2021년 9월 곽상도 전 의원 아들 병채씨의 '50억 퇴직금' 논란이 불거지자 이씨가 김씨, 곽 전 의원 부자 등과 수시로 연락하며 대책을 논의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이때 김씨가 '병채를 병원에 입원시켜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고 위장하자'고 제안했고, 이씨가 퇴직금 관련 자료를 병채씨에게 전달하거나 병채씨의 증언 연습을 시켰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다.

다만 곽 전 의원은 이런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지난해 7월 검찰 수사팀 재편으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돌변해 김씨에게 '성과급 27억원을 대여금 형태로 우회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 측이 난색을 보이자 이씨는 같은 해 8월 관련 재판에서 증언하기 전 김씨에게 "제2의 정영학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협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협의 끝에 받기로 한 돈의 지급이 원활하지 않자 "김씨와 인연을 끊고 내 갈 길을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김씨는 그해 9월 화천대유 계좌에서 총 23억8천500만원을 대여금을 가장해 이씨에게 송금했고, 검찰은 이씨가 범죄수익이란 사실을 알면서 이를 수수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