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아모레, 1분기 북미만 호실적…매출 비중도 커져
마케팅 전문가 영입하고 M&A 모색…사업 역량 강화 박차
중국발 된서리에 미국으로 눈 돌리는 'K뷰티'
중국발 리스크로 '실적 한파'에 직면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수출 시장 다변화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당장 중국에 버금가는 시장 규모에 성장성이 큰 북미 시장 공략을 더 강화할 태세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 기준 LG생활건강의 해외사업 중 북미지역에서 거둔 매출액은 1천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1% 증가했다.

중국(1천931억원)과 일본(899억원)에서의 매출이 각각 14.1%, 12.8% 급감한 것과 대비된다.

이에 따라 전사 기준 매출 비중도 중국이 14%에서 11%로, 일본이 6%에서 5%로 각각 축소된 반면 북미는 7%에서 8%로 확대됐다.

중국에서의 사업 부진 등 여파로 올해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16.9% 감소한 실적 가뭄 속에 북미 사업의 두드러진 성장세가 그나마 위안이 된 셈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해외사업 지역 중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매출은 지난해 1분기 3천792억원에서 올해 1분기 2천752억원으로 27% 감소했다.

아시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매출이 40% 이상 급락하며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반면에 북미 시장 매출은 348억원에서 628억원으로 80%나 증가했다.

지역별 매출 비중 역시 아시아가 90.3%에서 78.8%로 뚝 떨어진 대신 북미는 9.2%에서 18.0%까지 치고 올라왔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중국발 된서리에 미국으로 눈 돌리는 'K뷰티'
화장품 업계가 북미 시장에 공을 들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의존도가 높았던 중국 시장의 더딘 회복세, 중국인들의 자국산 선호 현상 심화 등과 맞물려 실적 부진이 가속하는 데다, 최근에는 한중관계 악화 등 잠재적 사업 리스크마저 커지는 형국이어서 중국과 비슷한 규모의 선진시장으로서 북미의 가치와 중요성이 더 도드라지는 상황이다.

중장기 성장 여력을 마련하려는 화장품 업체들로서는 북미 시장에서의 안착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LG생활건강은 2016년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로 불거진 중국의 경제 보복을 계기로 북미 시장에서의 사업 확대를 꾀해왔다.

2019년 미국 화장품업체 뉴에이본을 인수하면서 북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데 이어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 인수(2020년), 미국 헤어케어 업체 보인카 지분 인수(2021년), 미국 화장품 제조·유통사 더크렘샵 지분 인수(2022년) 등을 통해 사업 기반을 지속해서 확장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이번 1분기 실적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이러한 사업 기반을 토대로 올해 북미 사업 역량을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월 스타벅스·아마존 출신의 '마케팅·전략통' 문혜영 부사장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미주사업총괄로 영입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다.

이정애 사장 역시 1월 신년사에서 북미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업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글로벌 뷰티 양대 시장인 중국과 북미를 기반으로 실적 개선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지난해 9월 미국의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타타 하퍼'를 인수한 것을 기점으로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현지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하며 매출 쌍끌이를 하는 라네즈, 설화수를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북미 시장에서의 판로를 확대하고자 현지 유망 뷰티 업체를 추가 인수합병(M&A)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북미는 아시아와 함께 또 다른 큰 축의 핵심시장"이라며 "북미에서 스킨케어는 물론 다른 성장 카테고리의 투자 기회를 지속해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