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의 아베마리아] "아직도 모든 무대가 두렵다"
“선생님은 어쩜 그렇게 두려움이 없으세요?”

미국 투어를 함께 준비하던 공연 기획자가 대뜸 물었다. 맥락 없이 훅 들어온 질문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방송 등 매체 인터뷰를 통해 정말 어려웠던 이탈리아 유학기를 들은 상황에서 또 다른 투어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보고 그런 질문을 해 온 것 같다.

나라고 어찌 두려움이 없을까. 아직도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긴장하고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꼬리를 무는 걸. 다만 지금은 그 두려움을 용기와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즐겁게 삶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돌이켜보면 ‘최초’라는 수식어를 감사하게도 참 많이 받아왔다.

동양인 최초로 수많은 국제 콩쿠르에서 다양한 상을 받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건, 나의 두려움을 믿음과 확신으로 만드는 과정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으로부터 “신이 주신 목소리”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을 수 있었고, 동양인이 거의 설 수 없었던 그들만의 리그를 뚫고 세계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술가로서 자신이 하는 것을 확신하면 그 결과는 당연히 좋으리란 믿음. 그리고 그 믿음으로 무대 위에서 자신감 있게 온 힘을 다해 노래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나에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줬고 끊임없이 도전하게 했다.

무엇보다도 나를 두려움에 가두지 않고 움직이게 하는 건 결국 음악으로 세상과 진정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노래는 나의 개인적인 용기와 도전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나의 목소리를 통해 사람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귀결된다.

한때는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고 실수 없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고, 그러기 위해 나 혼자의 노력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