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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따라잡기
[마켓PRO] 미국 증시, 침체 우려에…월가 헤지펀드들 "경기방어주 담자"
미국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월가 투자자들이 경기민감주에서 경기방어주로 자산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미국 헤지펀드 및 일반 펀드들의 자산 보유 비중을 분석한 결과 경기방어주 대비 경기민감주 보유 비율은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4년 헤지펀드들은 경기민감주를 경기방어주보다 2.5배 더 많이 보유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거꾸로 경기민감주 보유액이 경기방어주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펀드들의 경기민감주 대비 경기방어주 보유 비중 변화.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미국 펀드들의 경기민감주 대비 경기방어주 보유 비중 변화.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이러한 자산 이동은 월가 투자 업계에서 증시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지난달 실시한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신용 경색에 대한 우려로 채권 비중을 평균 10% 수준까지 올렸다고 응답했다. BofA의 설문조사에서 채권 보유 비중이 10%를 넘긴 것은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응답자의 63%는 미국 경제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 약세론자들은 상승세를 이어온 미국 증시가 곧 상승 모멘텀을 잃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S&P500지수가 4200선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실패한 상황에서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면 퀀트 펀드의 수요도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미국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전망도 이러한 증시 약세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주들이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기업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S&P500지수에 속하는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순이익 합산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나친 방어적 포지션은 오히려 수익률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BofA가 경기민감 업종들의 실적과 경기 침체 연관도를 분석한 결과 경기 침체 직전 6개월 동안 실적이 더 좋았던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방어주가 경기민감주보다 수익률이 높아지는 시점은 실제 경기 침체에 진입한 후부터 침체가 끝나기 직전까지라는 것이다.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BofA 수석 투자전략가는 “경기 침체는 예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라며 “미국의 경기 침체는 올 3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