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는 제인의 시점에서 써보려 한다.
집으로 가는 두 가지 길 [문보영의 낯선 세계]
우리 시아버지는 논밭(rice paddy) 한가운데 살아. 지난주 토요일에 나는 남편과 아들 제임스와 함께 시가에 갔어. 시어머니는 세상을 뜨셨기 때문에 아버지 혼자 사셔.

그거 알아? 내가 살던 동네에도 논밭은 많았지만, 나는 논 한가운데 사는 사람은 처음 봐. 그건 필리핀에서도 드문 풍경이거든! 그게 우리 시아버지고, 논은 아주 넓고 커.

논에는 다른 이웃들도 살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살아가지. 나는 그들을 섬이라고 불러. 물에 둘러싸인 대신 풀에 둘러싸인 섬. 집으로 가는 길은 아주 좁아. 비가 왔을 때 진흙길이 되지 않도록 재활용한 콘크리트로 좁은 길을 만들었거든.

그 길은 아버지 댁으로 이어져. 근데 어찌나 좁은지 처음에는 적응이 전혀 안 된다니까. 조금만 방심하면, 논밭으로 넘어지고 말지! 한두 번이 아니야.

그런데 그거 알아? 논밭이 얼마나 넓고 푹신한지 떨어졌을 때 얼굴을 처박지만 않는다면 기분이 좋아. 논밭에 넘어졌는데 넓은 하늘이 펼쳐지거든. 물론 온몸에 진흙이 많이 묻지.
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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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초록의 풀과 푸른 하늘의 대조는 굉장해. 하지만 여전히 그 길을 걷기란 쉽지가 않아. 남편은 그 좁은 길을 오래 걸었기 때문에 아기를 안고도 쥐처럼 재빠르게 쉭쉭 걸어가. 남편은 똑바로 걷고, 나는 휘청여.

“조금 더 빨리 걸을 수 없을까?” 남편이 웃으며 나를 뒤돌아 봐. “쏘리, 난 좁은 길을 걸은 적이 없다네.” 난 대답해. 왜냐? 난 코코넛 농장의 딸이니까! 밟아도 되는 길과 밟지 않아야 하는 길이 나뉘어 있지 않았거든.

말이 나온 김에 내가 살던 동네에 관해 들려줄게. 그곳은 분지였어. 주변에 산과 언덕이 많았지. 말하자면 어딜 가든 오르내리게 되어 있었어. 하지만 떨어질 걱정 없이 실컷 뛰어다닐 수 있지.

남편은 우리 동네에 오면 힘들어해. 어딜 가든 언덕이니까. 남편의 고향에는 산이 하나도 없어. 넓은 평야에 시야는 뻥 뚫려 있어. 신기하게도 산이 하나도 없다니까? 남편은 오르내리는 게 힘들고 나는 좁은 길을 걷는 게 힘들어.

난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논을 보거나 지나친 적은 있지만 논밭을 두 발로 걸어 통과해 본 적은 없어. 남편은 나와 결혼하기 전까진 언덕을 오르내릴 일이 없었지. 우리는 집으로 가는 서로 다른 두 가지 길을 가지고 있어. 그걸 서로에게 선물했지. 그게 결혼인 거야. 난 오늘도 넘어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