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충격 본격화?…국내 스타트업 '칼바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촉발한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스타트업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인 직방은 이달부터 연간 평가 결과에 대한 개별 면담을 통해 저성과자를 비롯한 상당수 직원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직방 내부적으로 전체 직원 약 500명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50명을 감축할 목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일부 직원은 퇴직했다.

직방이 2021년 초반 당시 개발자 초봉 6천만원, 이직 보너스 1억원을 선언하며 IT 인재 영입 경쟁에 뛰어든 것과 대비된 모습이다.

직방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1천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가 2조5천억원으로 평가됐다고 홍보했다. 같은 해 7월 삼성SDS 사물인터넷(홈IoT) 사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상반기부터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거래량 자체가 줄고, 주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가치 재평가도 이뤄졌다. 작년 직방의 영업손실은 적자로 전환한 2021년(-82억원)에서 4.5배 늘어난 370억원에 달했다.

삼성SDS 홈IoT 부문 인수 등으로 직방의 인건비는 같은 기간 104억원에서 233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여기에다 지난달 미국에서 스타트업에 특화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금융시장 경색과 벤처투자 축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내 스타트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농업계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으로 불리던 그린랩스와 사용자의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해주는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인 뱅크샐러드 등도 경영난으로 고강도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SVB 파산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은 8천8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3%나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최근 정부는 벤처·스타트 업계에 10조5천억원의 정책 자금을 추가로 투입한다는 정책을 발표했고, 국회는 비상장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창업주에게 복수의결권을 주는 내용의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며 생태계 활성화에 손을 보탰다.

그러나 자금난과 투자 저조로 잔뜩 움츠린 국내 벤처·스타트 업계가 단기적으로 활로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위기를 겪는 주된 이유는 자금적인 부분"이라며 "위축된 심리를 회복하고 투자 유치가 원활해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