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전 문화재로 오인할 만한 옛 물품은 모두 사전 감정받아야
[현장in] 문화재 반출 막는 수문장…김해공항 문화재감정관실
"당장 출국을 앞둔 시민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문화재인지 아닌지 정확하고 빠르게 판단해야 합니다.

"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선이 정상화하면서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도 바빠진 곳이 있다.

바로 문화재감정관실이다.

30일 김해공항 등에 따르면 국제선 1층에 있는 문화재청 문화재감정관실은 문화재로 오인할 수 있는 물품을 비행기에 소지하고 탈 경우 반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국보, 보물, 천연기념물 또는 중요민속문화재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일반동산 문화재는 국외로 반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5∼10년가량의 문화재학 관련 경력을 지닌 베테랑 감정위원들이 옛 물품들을 감정한다.

조수진(53) 감정위원은 "감정 결과 제작한 지 50년이 넘고 학술적, 예술적, 역사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외 반출이 금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재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현장에서 비문화재확인서와 함께 문화재가 담긴 가방을 더 이상 개봉하지 못하도록 조치한다"고 설명했다.

[현장in] 문화재 반출 막는 수문장…김해공항 문화재감정관실
김해공항 문화재감정관실에 들어오는 의뢰품들은 도자기, 도서, 조각, 회화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도자기류의 감정 빈도가 높은 편인데, 이는 김해공항 주요 노선인 일본과 중국 현지에서 도자기의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경남 양산 법기리 등 영남지역 곳곳에 있는 출토지 현장에서 유적들을 가져오는 수집가들도 있다.

감정 위원들은 도자기의 크기와 무게를 비롯해 광택, 마모 정도 등을 살펴 가치를 판가름한다.

이희정(55) 감정위원은 "골동품을 해외에 팔려는 상인 혹은 기념품으로 구입한 옛 물품을 자국에 가져가려는 외국인들이 주로 감정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현장in] 문화재 반출 막는 수문장…김해공항 문화재감정관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현대 도자기나 재현품, 기념품 등은 당연히 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에 문화재감정관실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공항 검색대에서 실시하는 엑스레이(X-ray) 촬영으로는 이 물품들이 문화재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출국 전 문화재감정관실에서 감정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항 검색대에서 해당 물품이 문화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현장에 출동한 감정위원들에게 감정받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실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방송 프로그램에서 특정 문화재를 소개하면 외국 관광객들이 재현품을 사 가곤 하는데, 이들이 문화재감정관실을 거치지 않아 문제 된 적이 있었다.

조수진 감정위원은 "과거 한 방송에서 반가사유상이 소개돼 크게 인기를 끈 적이 있었는데, 절차를 모르는 외국인이 이 재현품을 사고도 감정을 거치지 않아 한동안 계속 검색대로 출동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현장in] 문화재 반출 막는 수문장…김해공항 문화재감정관실
문화재감정관실은 문화재로 오인할 만한 물품을 들고 출국할 경우 문화재 사전예약감정을 신청해 문화재감정관실에서 확인을 거치라고 당부한다.

이 감정위원은 "우리나라는 문화재를 수탈당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국외 반출을 다른 나라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출국 최소 3일 전 사전예약감정을 신청하면 시간에 쫓기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