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후 못 깨어나, 노화로 인한 질병 추정"…2년 전 종 복원 위해 정자 채취

충북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난 시베리아 호랑이 2마리 중 1마리가 세상을 떠났다.

청주 동물원에서 태어난 16살 호랑이 '호붐이' 무지개다리
청주동물원은 29일 수컷 호랑이 '호붐'이가 지난 19일 오후 5시께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 전부터 뒷다리 마비 증세를 보인 호붐이는 충북대 동물병원에서 진료받은 뒤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끝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는 "MRI를 통해 척추 디스크를 확인했다"며 "사인은 노화로 인한 질병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07년 이 동물원에서 태어난 호붐이는 여동생 '호순'과 함께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왔다.

동물원 측은 근친교배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호붐을 중성화 수술한 뒤 남매를 안전하게 합사시켰다.

청주 동물원은 멸종위기 종인 시베리아 호랑이의 2세 복원을 위해 중성화 수술 과정에서 호붐이의 정자를 채취했다.

현재 호붐의 정자는 초저온 상태(-196℃)로 전북대 수의과대학에 보존돼 있다.

추후 적합한 신붓감이 생기면 인공수정에 쓰일 예정이다.

청주동물원은 2014년 야생동물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돼 멸종 위기 동물의 보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밀렵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시베리아 호랑이는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지정돼 국제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호랑이 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백두산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 한국호랑이 등으로도 불린다.

시베리아 호랑이의 개체 수는 560∼600마리에 불과하며 이 중 90%가 러시아 연해주와 하바롭스크주 등에 서식한다.

국내의 경우 개체 수가 적어 번식과 질병 연구 등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호랑이의 평균 수명은 10∼13년이며 동물원 같은 사육 시설에서는 평균 15년 정도 살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