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엘비스 vs 맥클린'…다른 듯 닮은 듯 한일 정상의 선곡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학창 시절 애창곡인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의 일부를 불렀다.

만찬 공연 출연자가 앙코르곡으로 이 노래를 선곡한 뒤 윤 대통령이 무대에 오르는 '깜짝 공연' 형식이었지만, 백악관이 가수 맥클린이 서명한 기타 선물까지 준비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사전에 조율된 선곡이었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미국 방문 중 노래를 부른 외국 정상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로 꼽히는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 2006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함께 엘비스 프레슬리의 저택인 테네시주(州) 멤피스의 그레이스랜드를 방문했다.

그레이스랜드를 안내한 프레슬리의 유족 앞에서 부시 전 대통령이 "이분은 엘비스에 대한 역사에 해박할 뿐 아니라 노래도 부를 수 있다"고 소개하자 고이즈미 전 총리는 주저 없이 히트곡 '러브 미 텐더'의 첫 소절을 불렀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프레슬리의 상징인 대형 선글라스를 끼고 그의 춤 동작을 흉내 내기도 했다.

[특파원시선] '엘비스 vs 맥클린'…다른 듯 닮은 듯 한일 정상의 선곡
물론 사전에 기획된 행동이었다는 평가다.

당시 미일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은 21세기를 맞아 자유와 인권, 시장경제, 법치주의라는 공통의 가치를 공유한다고 천명했다.

또한 미국은 일본에 한층 더 두터운 안보 협력을 약속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가 노래와 함께 춤 동작까지 선보인 것은 미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프레슬리의 노래를 앞세워 양국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겠다는 목적 때문일 것이다.

워싱턴 일정에 이어 멤피스까지 고이즈미 전 총리와 동행한 부시 전 대통령은 국빈만찬과는 별도로 남부식 바비큐를 대접할 정도로 환대했다.

윤 대통령이 부른 '아메리칸 파이'도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로 꼽힌다.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함께 미국에서 프레슬리와 함께 초창기 '로큰롤의 왕'으로 숭배받는 버디 홀리가 비행기 사고로 요절한 사건을 다룬 가사도 미국인의 정서에 부합하는 요인이다.

국빈만찬장에서 울려퍼진 '아메리칸 파이'에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뤄진 국빈 방문에서 안보·경제 분야뿐 아니라 정서적 유대까지 강화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현지 언론도 윤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백악관 출입 기자 피터 베이커도 '아메리칸 파이'를 "현대 미국 사회에서 가장 상징적인 노래 중 하나"로 규정하면서 윤 대통령의 노래가 외교관들과 귀빈들을 열광시켰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80세인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노래에 맞춰 주먹을 흔들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 국빈만찬의 흥겨운 마무리는 지금껏 열린 백악관 저녁 행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파원시선] '엘비스 vs 맥클린'…다른 듯 닮은 듯 한일 정상의 선곡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