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슈퍼마켓에 음료 등 상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슈퍼마켓에 음료 등 상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소비재 관련 대표 기업들이 1분기 실적 호조를 보였다. 높아진 제품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맥도널드, 펩시코, 킴벌리클라크 등이 모두 추정치를 웃도는 1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이날 오전 실적을 발표한 맥도널드는 올해 1분기 동일 매장 매출이 12%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추정치인 8.2%를 크게 웃돈다.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56억 6560만 달러보다 4%가량 늘었다. 영업이익도 25억 3240억달러로 10% 증가했다.

햄버거 등 제품 가격 인상에도 더 많은 고객이 맥도날드 매장을 방문했다는 얘기다. 디지털 판매 및 배달 부분도 성장했다.

펩시콜라 등을 판매하는 펩시코도 이날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179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펩시코가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13% 이상 올렸음에도 여전히 탄탄한 소비자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펩시코는 올해 연간 매출 증가율 전망치도 종전 6%에서 8%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펩시코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이날 주가는 2.27% 상승한 189.71달러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90.18달러까지 오르면서 52주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기스와 크리넥스로 유명한 킴벌리클라크도 1분기 매출, 이익 모두 증가했다. 주당순이익(EPS)은 1.67달러로 월가 컨센서스인 1.30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2분기 연속 제품 가격을 10% 이상 올렸음에도 타격을 받지 않은 듯한 분위기다.

소비재 기업은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며 원재료 인플레이션 우려를 피했다. 기업들이 소비자에 비용을 전가하며 수익성 개선했다는 얘기다.
맥도널드·펩시코·킴벌리, 가격 인상에 웃었다…美소비재 실적 호조
앞서 21일 실적을 발표한 미국의 거대 생활용품 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은 올해 1분기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3%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4% 증가했다.

문제는 이런 실적 호조가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견디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CB) 조사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1.3으로 2022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비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이 지수가 낮아졌다는 건 소비자들의 지갑이 조만간 닫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널드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이 지출 방식에 대해 신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매우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도 목격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