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⑮ 꽃매미 유입 최초 보고…해충 연구하는 김효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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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자확인법'으로 진화 과정·유입 경로 찾아 확산 방지 노력
"'심마니'와 닮은 곤충연구자 양성위해 꾸준한 국가 지원 필요"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 '외래종 벌레의 습격', '살인 개미 붉은불개미 발견, 긴급 방제', '잣 생산량 급감…소나무허리노린재가 원인'.
외래종 벌레에 대해 흔히 접할 수 있는 기사 제목들이다.
이 벌레들은 한 번 유입되면 최악의 경우 엄청난 수로 개체를 불리며 토착 생물들을 몰아내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전북 군산대학교 생명과학과 김효중 교수는 이러한 외래종의 확산 방지를 연구하는 곤충 분야 전문가다.
특히 '친자확인법'을 통해 외래종 개체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곤충의 진화 과정을 밝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침입 해충인 꽃매미의 원산지와 유입 관계를 밝혀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2000년대 초, 서울대 농생명공학부에서 연구하던 중 김 교수는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충남 천안의 뒷산에 매미 떼가 출현해 포도의 수액을 빨아먹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 교수는 "꽃매미는 이동 거리가 짧아서 바람을 타고 날아올 수 있는 종이 절대 아닌데 포도 농장에서 폭발적으로 번식해 있었다"며 "추적해보니 중국 동남부 지역에 꽃매미가 숙주로 삼는 가죽나무 군락이 있었는데, 가죽나무 수입 과정에서 꽃매미의 난괴(알 덩어리)가 우리나라로 들어온 걸 확인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학계에 꽃매미의 유입 경로를 처음 보고했다.
당시 가죽나무는 검역 규제 대상이 아니었는데 김 교수의 연구를 통해 검역 조치가 강화됐다.
김 교수는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상대국에 수출 전 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며 "유전학적 분석을 통해 해충의 원산지를 찾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꽁무니에 독성을 갖고 있어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으로 불리는 붉은불개미가 우리나라에서 여러 번 확인됐지만 아직 큰 피해를 주지 않은 이유도 방역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남미에서 넓게 서식하던 붉은불개미는 1939년대 미국 남부에 침입한 뒤 순식간에 캘리포니아주 등까지 확산했다.
이후 중국 등 아시아 국가로까지 퍼졌고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처음 발견됐다.
김 교수는 "붉은불개미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검역본부는 발견 즉시 긴급 방제를 하고 제일 강력한 조처를 했다"며 "우리나라는 주로 항만 지역에서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유입 우려 물품의 검역을 강화하고 조사 인력을 집중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꽃매미나 붉은불개미 같은 외래종의 유입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국가 간 자유무역이 늘면서 과일이나 곡식 등 농산물에 기생해 유입되는 해충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초기에 해충을 제어하는 노력이 없다면 생태계 파괴가 빈번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외국 사례를 수집하고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항상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곤충연구자를 '심마니'에 비유했다.
산삼이 자랄 것 같은 환경을 쫓아 다니는 심마니처럼 곤충연구자도 그 곤충이 있을 법한 산과 숲을 헤집고 다니며 샘플을 수집하기 때문이다.
탐정처럼 주변 주민들을 탐문하며 연구하고자 하는 곤충을 본 적이 있는지도 묻는다.
이처럼 뙤약볕을 맞으며 현장을 돌아다녀야 하고 곤충연구가 주목받는 분야도 아니다 보니 국내 연구진이 풍부하진 않다.
김 교수는 "국가는 주로 핵심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곤충 연구는 소외된다"며 "하지만 다양한 분야, 특히 당장 돈이 되지 않을지라도 국가에 꼭 필요한 분야를 보호하며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교수의 영향을 받아 이 분야를 선택했던 것처럼 어떤 학생도 나를 보고 연구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곤충을 채집해 유전자 분석을 하고, 개체 간의 유전적 연관성과 차이점을 밝히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심마니'와 닮은 곤충연구자 양성위해 꾸준한 국가 지원 필요"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 '외래종 벌레의 습격', '살인 개미 붉은불개미 발견, 긴급 방제', '잣 생산량 급감…소나무허리노린재가 원인'.
외래종 벌레에 대해 흔히 접할 수 있는 기사 제목들이다.
이 벌레들은 한 번 유입되면 최악의 경우 엄청난 수로 개체를 불리며 토착 생물들을 몰아내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전북 군산대학교 생명과학과 김효중 교수는 이러한 외래종의 확산 방지를 연구하는 곤충 분야 전문가다.
특히 '친자확인법'을 통해 외래종 개체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곤충의 진화 과정을 밝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침입 해충인 꽃매미의 원산지와 유입 관계를 밝혀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2000년대 초, 서울대 농생명공학부에서 연구하던 중 김 교수는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충남 천안의 뒷산에 매미 떼가 출현해 포도의 수액을 빨아먹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 교수는 "꽃매미는 이동 거리가 짧아서 바람을 타고 날아올 수 있는 종이 절대 아닌데 포도 농장에서 폭발적으로 번식해 있었다"며 "추적해보니 중국 동남부 지역에 꽃매미가 숙주로 삼는 가죽나무 군락이 있었는데, 가죽나무 수입 과정에서 꽃매미의 난괴(알 덩어리)가 우리나라로 들어온 걸 확인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학계에 꽃매미의 유입 경로를 처음 보고했다.
당시 가죽나무는 검역 규제 대상이 아니었는데 김 교수의 연구를 통해 검역 조치가 강화됐다.
김 교수는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상대국에 수출 전 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며 "유전학적 분석을 통해 해충의 원산지를 찾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꽁무니에 독성을 갖고 있어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으로 불리는 붉은불개미가 우리나라에서 여러 번 확인됐지만 아직 큰 피해를 주지 않은 이유도 방역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남미에서 넓게 서식하던 붉은불개미는 1939년대 미국 남부에 침입한 뒤 순식간에 캘리포니아주 등까지 확산했다.
이후 중국 등 아시아 국가로까지 퍼졌고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처음 발견됐다.
김 교수는 "붉은불개미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검역본부는 발견 즉시 긴급 방제를 하고 제일 강력한 조처를 했다"며 "우리나라는 주로 항만 지역에서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유입 우려 물품의 검역을 강화하고 조사 인력을 집중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꽃매미나 붉은불개미 같은 외래종의 유입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국가 간 자유무역이 늘면서 과일이나 곡식 등 농산물에 기생해 유입되는 해충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초기에 해충을 제어하는 노력이 없다면 생태계 파괴가 빈번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외국 사례를 수집하고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항상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곤충연구자를 '심마니'에 비유했다.
산삼이 자랄 것 같은 환경을 쫓아 다니는 심마니처럼 곤충연구자도 그 곤충이 있을 법한 산과 숲을 헤집고 다니며 샘플을 수집하기 때문이다.
탐정처럼 주변 주민들을 탐문하며 연구하고자 하는 곤충을 본 적이 있는지도 묻는다.
이처럼 뙤약볕을 맞으며 현장을 돌아다녀야 하고 곤충연구가 주목받는 분야도 아니다 보니 국내 연구진이 풍부하진 않다.
김 교수는 "국가는 주로 핵심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곤충 연구는 소외된다"며 "하지만 다양한 분야, 특히 당장 돈이 되지 않을지라도 국가에 꼭 필요한 분야를 보호하며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교수의 영향을 받아 이 분야를 선택했던 것처럼 어떤 학생도 나를 보고 연구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곤충을 채집해 유전자 분석을 하고, 개체 간의 유전적 연관성과 차이점을 밝히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