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이란, 러에 30만발 이상 포탄 공급…돈바스 소모전에 사용돼"

이란이 카스피해를 통해 러시아에 포탄과 탄약을 수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중동지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지난 6개월 동안 화물선을 통해 30만발의 포탄과 100만발의 탄약이 이란에서 러시아로 넘어갔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WSJ은 미국도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며, 동맹국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이란의 무기 공급을 차단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카스피해 통해 러시아에 탄약·포탄 수출"
중동지역 관리들은 이란산 무기가 가장 최근 카스피해를 건너 러시아로 간 것은 지난달 초로, 러시아 화물선인 라술 감자토프호가 이란에서 2천발의 포탄을 러시아로 실어 날랐다고 증언했다.

이 배는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해운사 소속이다.

배의 명칭은 2차 대전 때 전사한 러시아 병사에 관한 시를 즐겨 쓴 시인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획과는 달리 장기전 양상을 보이자 지난해 여름부터 이란으로부터 무기를 조달하고 있다.

이란은 처음에는 러시아에 드론을 지원했고, 러시아는 이를 우크라이나군은 물론 민간 시설도 공격하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서방 무기로 무장한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퇴치하기 시작하자 최근에는 러시아의 드론 공격이 잦아들었다고 WSJ은 짚었다.

이란은 러시아에서 공급받은 포탄을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소모전에 핵심 자산으로 썼다고 WSJ은 설명했다.

WSJ이 확인한 한 계약서는 지난해 9월 이란 국방부와 러시아의 무기 수출입 기관인 JSC 로소보로넥스포트 간 체결된 것으로, 170만달러(약 22억6천만원)에 7만4천발의 포탄을 공급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란, 카스피해 통해 러시아에 탄약·포탄 수출"
이란이 화물선을 통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막는 것은 구소련 국가들인 카스피해 연안국들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군 5함대의 브래드 쿠퍼 부사령관이 이달 초 카스피해에 접해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을 비공식 방문해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으나, 아직 탄도미사일 거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또한 이란이 관계 강화의 대가로 확보하고 싶어 하는 수호이 35(Su-35) 전투기가 공급된 정황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동지역 관리들은 최근 이란 대표단이 러시아 동부의 첨단 제트기 제조공장을 방문한 것이 확인됐다면서, Su-35 도입을 위한 이란과 러시아 사이의 거래가 진전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안나 보르시체프스카야 선임 연구원은 "이란과 러시아가 업무적인 관계에서 전략적인 관계로 서서히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란에 무언가를 의존하는 것은 양국 관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라면서, 이는 '역사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