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엔 천문학적 투자, 서민 교통엔 '쥐꼬리 투자'
"비용 탓에 꼭 필요한 시설도 무산…'교통 약자' 편익 우선해야"
[위기의 지방교통]④ "교통 인프라, 비용 아닌 복지 차원 접근해야"(끝)
'14만5천명 vs 1천7만명'
전자는 올해 1분기 인천공항공사에서 집계한 일일 공항 이용객 수이다, 후자는 서울시가 파악한 지난해 5월 기준 일일 대중교통 이용객이다.

시기가 다른 데다 특정 지역에 국한된 수치여서 직접 비교는 무의미하지만, 왜 철도와 버스가 '대중' 교통으로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통계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며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서라도 전국 곳곳에 공항을 새로 짓겠다고 한다.

입지 문제를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특별법을 통해 사업이 확정돼 내년 착공을 앞뒀다.

총사업비 13조7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 대규모 역사였음에도, 사업의 경제성 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마저 면제받았다.

새만금 국제공항 또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뛰고 사업을 확정해 2029년 개항을 목표로 기본계획 용역 절차 등을 진행 중이다.

군 공항과 민간공항 건설을 함께 추진하는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은 지난 13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반면 '서민의 발'인 대중교통은 매번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요금을 올리느냐 내리느냐', '노선을 늘리느냐 줄이느냐', '차량을 새로 사느냐 고치느냐' 등을 두고 입씨름을 거듭한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노후 교통 인프라를 방치했다가 안전사고가 나고서야 부랴부랴 예산을 편성하곤 한다.

대다수의 서민이 이용하는 교통 인프라 투자는 인색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수가 이용하는 시설에는 흔쾌히 천문학적 예산을 쓰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김포골드라인 사태 또한 차량 편성 6∼10량의 중전철을 서울 9호선과 연결하려던 계획이 막대한 건설비 부담 탓에 무산되자, 승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2량짜리 '꼬마 열차'를 편성하면서 발생했다.

목포 시내버스는 누적된 적자를 버티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고, 성남종합버스터미널 등 전국 곳곳의 시외버스와 터미널은 폐업과 노선 축소가 속출하고 있다.

매년 터져 나오는 '지옥철' 논란이나 버스 적자 문제는 대다수 서민이 이용하는 지역 교통 인프라를 비용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위기의 지방교통]④ "교통 인프라, 비용 아닌 복지 차원 접근해야"(끝)
전북연구원 김상엽 교통공학 연구위원은 "고령화 시대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를 지원할 지역 내 교통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데, 지자체들은 이러한 사업 추진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이나 교통 약자를 우선하는 교통 인프라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지역 내 교통 인프라를 비용이 아닌 복지 문제로 여기고 정책을 추진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올해 지역 초·중·고등학생에게 100원으로 군내·농어촌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전남 화순군과 강진군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자체는 100원 버스 도입에 따른 손실분을 군 예산으로 지원해 운수회사가 부담을 지지 않도록 했다.

경남 남해군은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고등학생들을 거리에 상관없이 100원에 태워주는 '100원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 김제시는 마을회관과 버스정류장,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연결하는 '행복 콜택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지자체의 정책은 지역 내 교통 인프라 전반을 개선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부 청소년이나 노약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인프라 구축은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교통 인프라를 비용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통 약자를 위한 복지 시각에서 바라봐야 보다 합리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립한국교통대 이장호 교수는 "대규모 교통 인프라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비용편익 분석을 거치는데, 여기서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계획했던 사업 자체가 무산된다"며 "주민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인프라인데도, 비용 문제만을 따져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면 이번에 논란이 된 김포골드라인 사태와 같은 일이 또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각 지자체가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재정 기반을 확충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며 "지자체 간 경계를 넘어서 서민, 노인 등 '교통 약자'의 편익을 우선하는 기구나 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볼 법하다"고 덧붙였다.

[위기의 지방교통]④ "교통 인프라, 비용 아닌 복지 차원 접근해야"(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