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폭력성은 줄었을까…신간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
세계적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대표작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인간의 폭력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낙관적인 주장을 펼쳤다.

그는 후속작 '지금 다시 계몽'을 통해 이성과 과학, 휴머니즘으로 무장한 인간의 진보는 계속될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핑커의 이 같은 낙관주의는 학계의 꾸준한 비판을 받았다.

강화하는 자본주의 속에서 인간 소외는 더욱 깊어졌고, 전쟁이나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핑커의 낙관주의가 일부 서구 문명에만 작동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 뉴캐슬대 역사학 교수이자 폭력연구센터 설립자인 필립 드와이어와 미국 일리노이대 역사학 명예교수 마크 S. 미칼레도 핑커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는 학자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들은 2017년 동료 역사학자들을 끌어모아 핑커의 책을 반박하는 논문 11편을 발표해 학계의 시선을 끌었다.

최근 번역돼 출간된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책과함께)는 이 논문들을 기초 자료로 해서 살을 입혀 만든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핑커의 주장이 인지적 편견, 통계적 오용, 원천자료의 몰이해, 반대증거의 무시 등으로 점철됐다고 주장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저자들은 문화사·사회사·의학사·고대사·중세사·근현대사·유럽사·지역사·형법사·환경사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신중하게 고증한다.

저자들은 핑커의 이론이 편향적이라고 비판한다.

친자본적이고, 친서구적이어서 인류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핑커의 이론을 비판하면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역사의 최전선과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핑커가 폭력 감소의 주축으로 봤던 계몽주의는 그가 고려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훨씬 복잡하다고 지적하고, 핑커가 제시한 통계는 "장기적 비교 및 다문화 사이 비교와 관련된 많은 함정을 등한시하며 취약한 정량적 증거를 근거로 광범위한 결론을 내린다"고 비판한다.

한마디로 핑커의 논리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10년이 지나면서 명백해진 바는, 인간 폭력의 감소와 우리 시대 평화로움의 증대에 관한 핑커의 논제가 카드로 지은 집 위에 세워졌다는 것이다.

"
김영서 옮김. 68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