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터전 잃은 이기동·권양숙 부부…피해 이웃 돕는 자원봉사 활동
"서로 미소지으며 힘내요" 펜션 잃었지만, 봉사자로 참여한 부부
지난 11일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로 운영하던 펜션을 잃고 이재민 대피소에서 생활 중인 이기동·권양숙 부부가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희망브리지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3년 전부터 이번 산불 피해가 발생한 사근진해수욕장 인근에 거주하며 펜션을 운영·관리하고 있다.

이기동 씨는 "강릉이 너무 좋아 매년 찾았는데 이럴 거면 차라리 이곳에서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주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펜션을 돌보고 손님을 맞이하는 부부의 평화로운 일상은 갑작스러운 산불로 큰 위기를 맞았다.

부부는 "불이 산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여 머물던 손님을 대피시키고 서둘러 동네를 뛰어다니며 대략 10여 명의 어르신을 피신시켜 드렸다"라며 "마지막 어르신이 대피하는 것을 보고 차를 타고 우리도 탈출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펜션이 불에 타 이재민이 된 부부는 현재 대피소인 강릉아레나에서 이재민들의 빨래를 돕고 있다.

"서로 미소지으며 힘내요" 펜션 잃었지만, 봉사자로 참여한 부부
희망브리지가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의 후원으로 제작·운영 중인 특수 세탁 차량을 통해 이재민들의 의류 등을 세탁·건조하고 개어서 돌려주는 과정 전반에 참여하는 것이다.

대피소에 있는 고령의 노인들이 불편하거나 필요한 것은 없는지 돌보는 것도 부부의 주요 일과다.

이 씨는 "막상 이재민이 되니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은 것을 깨달았다"며 "사실 봉사라는 것이 '뭐가 있어야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전했다.

부부는 "다 같이 침울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나라도 웃으려고 한다"며 "불이 난 것은 불이 난 것이고 지금은 회복이 가장 시급하니까 어떻게든 함께 버티며 (대피소에서) 오며 가며 마주칠 때 미소라도 지어주는 것이 서로를 위한 방법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정희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부부가 몸소 실천하는 헌신과 나눔이라는 숭고한 가치는 피해 이웃들이 슬픔을 딛고 희망으로 가는 다리가 되어주었다"며 "여전히 찬기가 도는 대피소에서 생활 중인 피해 이웃을 돕기 위한 사회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며 기부 동참을 호소했다.

"서로 미소지으며 힘내요" 펜션 잃었지만, 봉사자로 참여한 부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