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제스틱 극장서 16일 마지막 공연…티켓값 500만원 치솟기도
극성팬 '하얀 마스크에 망토' 코스프레…해외 공연은 계속
'아듀 오페라의 유령…' 35년 만에 브로드웨이서 고별 무대
16일(현지시간) 저녁 뉴욕 브로드웨이의 유서 깊은 마제스틱 극장은 뮤지컬계 유명 인사를 비롯한 관객들로 가득 찼다.

관객 중에는 망토를 두른 채 하얀 마스크로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을 가린 이들도 있었다.

극장 입구 차단막 너머는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혹여나 있을지 모를 잔여 티켓을 구하려고 모인 팬들로 붐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22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마제스틱 극장에서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1만3천981회차 공연이자 이 극장에서의 폐막 공연이 열렸다.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곡을 만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세기의 걸작으로 꼽힌다.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오페라의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가면 속 감춰진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주요 뮤지컬 극장 중 하나인 마제스틱 극장은 1988년부터 무려 35년간 이 작품만을 상연해왔다.

누적 티켓 판매액이 13억달러를 넘어섰고, 토니상 7개 부문을 비롯해 메이저 시상식에서만 모두 70개의 상을 받았다.

또한 41개국, 183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상연돼 총 1억4천500만 명 이상이 관람할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직격탄을 맞은 뒤 적자가 지속되자 지난해 9월 종연을 알린 바 있다.

종연 예고 이후 마지막 무대를 지켜보려는 팬들이 몰리면서 오페라의 유령은 최근 12주 연속 브로드웨이 최다 흥행 뮤지컬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이날 마지막 주말 무대의 경우 티켓 가격이 일부 재판매 사이트에서 장당 거의 4천달러(약 522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폭등하기도 했다.

마지막 무대를 기념하고자 이날 극장 입구에서는 사전 행사로 레드카펫 이벤트가 열렸다.

브로드웨이에서 최초로 흑인 크리스틴 역을 맡은 에밀리 쿠아추 등 현역 캐스팅 배우들을 비롯해 아직 생존해 있는 초연 멤버들도 이날 레드카펫을 밟으며 역사적인 작품의 종연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폐막 공연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은 원곡보다 높은 톤의 고음으로 노래를 마쳤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은 종연했지만, 한국을 비롯해 체코, 일본, 스웨덴 등에서 오페라의 유령은 여전히 공연을 지속하고 있다.

제작자인 캐머런 매킨토시는 오페라의 유령이 뉴욕에 복귀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공연이 쉬어가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