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훔치는 자폐·ADHD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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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우리 삶은 지휘자 없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것과 닮았다.
모두 각자 연주하면서 주변에서 함께 화음을 이룰 상대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지휘자가 없기에 주변과 소통하며 아름다운 화음을 내기란 쉽지 않다.
연주 과정에서 종종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이유다.
다섯 살 소녀 카밀라 팡의 삶도 그랬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기 삶과 어우러지지 않았다.
그가 내는 음은 항상 독특했고, 주변 소리와 달랐다.
어린아이가 "우주선을 타고 내 고향 행성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한 이유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너무 잦았던 불협화음 때문이었다.
팡은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주의력결핍장애(ADHD)를 동시에 앓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사용 설명서'가 필요했다.
그가 해답지로 찾은 건 과학이었다.
최근 번역 출간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원제: Explaining Humans: What Science Can Teach Us about Life, Love and Relationship)은 세상에 적응하려는 팡(31)의 고군분투를 그린 에세이다.
팡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공부하기 위해 과학에 탐닉했고, 결국 과학자가 됐다.
책에는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힘들게 공부한 저자의 자취와 깨달음이 담겼다.
책에 따르면 과학은 실패를 딛고 번성한다.
첫 실험이 성공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과학은 실패를 통해 기본 가설을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조금씩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일 따름이다.
실험에 성공하려면 바닥에서 시작해 결론을 향해 차곡차곡 결과를 쌓아 나가야 한다.
삶도 비슷하다.
우리 삶은 곧은길, 갈림길, 막다른 길의 '집합'이다.
삶의 데이터를 잘 분류하면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만, 되돌아가거나 재시도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인생도 실험처럼 실패를 통해 배우고 조절하면서 삶의 방향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학의 한 분야인 물리학은 타협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익히 알려진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르면 엔트로피(무질서)는 항상 증가한다.
가만히 두면 방이 지저분해지는 건 우주의 원리다.
고립계에서는 무질서가 증가하지만 삶은 고립되어 있지 않다.
가족과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
이 때문에 방이 어질러지면 치워야 한다.
에너지를 써야 한다.
가족과 살아가려면 그런 '타협'쯤은 필요하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다.
우리 몸도 '평형'이라는 질서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쓰고 이는 항상성으로 나타난다.
체온, 수분량, 무기질 함량, 혈당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우리 몸은 열심히 일한다.
대개 삶에서도 최소한 외양이나마 "질서 있게" 유지하려면 우리 몸처럼 힘들게 일해야 한다.
다만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도 한계는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완벽하게 내 삶을 통제할 수 없고, 무한대로 일할 수도 없다.
유기체인 우리는 그렇게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우선순위를 두고 자신, 그리고 타인과 타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타협은 포기가 아니며 물리학의 조언에 따라 현실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이렇게 과학과 삶을 연계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는 여러 단백질의 협업 과정과 빛의 파동을 설명하며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이야기하고, 빛의 굴절과정을 관찰해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소개한다.
양자물리학을 통해 목표를 이루는 법을, 딥러닝을 통해 실수에서 배우는 법도 전한다.
작가의 첫 작품은 가끔 굉장한 에너지를 담곤 한다.
적어도 수많은 세월의 실패와 고민이 그 안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카밀라 팡의 첫 책도 그런 종류의 작품이다.
삶에 착근한 지식, 밑바닥까지 간 깊고 폭넓은 사유가 주는 희열을 이 책은 때때로 전한다.
2020년 영국과학협회 선정 최고의 과학책.
푸른숲. 김보은 옮김. 320쪽.
/연합뉴스
모두 각자 연주하면서 주변에서 함께 화음을 이룰 상대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지휘자가 없기에 주변과 소통하며 아름다운 화음을 내기란 쉽지 않다.
연주 과정에서 종종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이유다.
다섯 살 소녀 카밀라 팡의 삶도 그랬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기 삶과 어우러지지 않았다.
그가 내는 음은 항상 독특했고, 주변 소리와 달랐다.
어린아이가 "우주선을 타고 내 고향 행성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한 이유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너무 잦았던 불협화음 때문이었다.
팡은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주의력결핍장애(ADHD)를 동시에 앓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사용 설명서'가 필요했다.
그가 해답지로 찾은 건 과학이었다.
최근 번역 출간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원제: Explaining Humans: What Science Can Teach Us about Life, Love and Relationship)은 세상에 적응하려는 팡(31)의 고군분투를 그린 에세이다.
팡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공부하기 위해 과학에 탐닉했고, 결국 과학자가 됐다.
책에는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힘들게 공부한 저자의 자취와 깨달음이 담겼다.
책에 따르면 과학은 실패를 딛고 번성한다.
첫 실험이 성공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과학은 실패를 통해 기본 가설을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조금씩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일 따름이다.
실험에 성공하려면 바닥에서 시작해 결론을 향해 차곡차곡 결과를 쌓아 나가야 한다.
삶도 비슷하다.
우리 삶은 곧은길, 갈림길, 막다른 길의 '집합'이다.
삶의 데이터를 잘 분류하면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만, 되돌아가거나 재시도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인생도 실험처럼 실패를 통해 배우고 조절하면서 삶의 방향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학의 한 분야인 물리학은 타협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익히 알려진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르면 엔트로피(무질서)는 항상 증가한다.
가만히 두면 방이 지저분해지는 건 우주의 원리다.
고립계에서는 무질서가 증가하지만 삶은 고립되어 있지 않다.
가족과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
이 때문에 방이 어질러지면 치워야 한다.
에너지를 써야 한다.
가족과 살아가려면 그런 '타협'쯤은 필요하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다.
우리 몸도 '평형'이라는 질서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쓰고 이는 항상성으로 나타난다.
체온, 수분량, 무기질 함량, 혈당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우리 몸은 열심히 일한다.
대개 삶에서도 최소한 외양이나마 "질서 있게" 유지하려면 우리 몸처럼 힘들게 일해야 한다.
다만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도 한계는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완벽하게 내 삶을 통제할 수 없고, 무한대로 일할 수도 없다.
유기체인 우리는 그렇게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우선순위를 두고 자신, 그리고 타인과 타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타협은 포기가 아니며 물리학의 조언에 따라 현실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이렇게 과학과 삶을 연계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는 여러 단백질의 협업 과정과 빛의 파동을 설명하며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이야기하고, 빛의 굴절과정을 관찰해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소개한다.
양자물리학을 통해 목표를 이루는 법을, 딥러닝을 통해 실수에서 배우는 법도 전한다.
작가의 첫 작품은 가끔 굉장한 에너지를 담곤 한다.
적어도 수많은 세월의 실패와 고민이 그 안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카밀라 팡의 첫 책도 그런 종류의 작품이다.
삶에 착근한 지식, 밑바닥까지 간 깊고 폭넓은 사유가 주는 희열을 이 책은 때때로 전한다.
2020년 영국과학협회 선정 최고의 과학책.
푸른숲. 김보은 옮김. 32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