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기소 WSJ 기자에 "부당 구금"…'인질 협상' 착수하나
미국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데 대해 10일(현지시간) 부당 구금으로 공식 규정했다.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미국이 해당 WSJ 기자 석방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P 통신·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에반 게르시코비치가 러시아에 부당하게 구금돼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저널리즘은 범죄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크렘린궁이 러시아 내 독립적 목소리를 지속해 탄압하며 진실을 상대로 계속해서 전쟁을 벌이는 것을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게르시코비치와 러시아에서 복역 중인 전 미 해병대원 폴 웰런을 석방할 것도 러시아에 촉구했다.

웰런은 2018년 간첩 혐의로 체포돼 16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성명은 러시아 언론사 측이 게르시코비치의 기소 사실을 7일 보도한 뒤 미국에서 나온 첫 공개 논평이다.

미국 국적의 게르시코비치는 WSJ 모스크바 지국에서 특파원으로 근무 중이던 지난달 29일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후 이달 7일 기소됐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게르시코비치가 미국 당국 지시로 러시아 군수 산업 단지 내 기업 활동에 대한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한다.

냉전 이후 미국인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美, 러 기소 WSJ 기자에 "부당 구금"…'인질 협상' 착수하나
국무부가 이번 사건을 '부당 구금'으로 규정한 것은 미국이 게르시코비치를 정치적 인질로 본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NYT는 평가했다.

미국은 게르시코비치에게 적용된 간첩 혐의 자체가 러시아에 의해 조작됐다고 간주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날 성명을 시작으로 미국이 전담 부서를 동원해 게르시코비치 석방 추진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은 자국민이 타국에서 부당하게 구금됐다고 규정될 경우 2020년 제정된 '로버트 레빈슨 법'에 따라 국무부 인질 전담 부서로 사건을 이관한다.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 레빈슨은 2007년 이란 남부 키시섬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행방불명됐다.

미 정부는 2020년 그가 이란에서 구금 중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레빈슨의 이름을 딴 이 법에 따라 해당 부서는 자국민 부당 구금에 대한 미 정부의 대응을 총괄하며, 인질 협상 관련 전문가를 동원해 자국민 석방에 총력을 기울인다.

미국은 앞서 여자 프로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자국민 트레버 리드가 각각 지난해 마약 밀반입, 2019년 경찰 폭행 혐의로 러시아 당국에 수감됐을 때도 이를 부당 구금으로 규정했다.

그라이너와 리드는 모두 지난해 수감자 맞교환 형식으로 석방된 바 있다.

다만 게르시코비치와 웰런의 경우 간첩 혐의를 받는 만큼 이들에 비해 풀려나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