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신차 67% 전기차로' 美정부 방침에 수혜 기대

배터리 시장·수요 확대 긍정적…IRA 보조금 혜택 이어 호재

미국 정부가 오는 2032년까지 자국 판매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대체할 방침이라는 소식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11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오는 12일(현지시간) 승용차 및 소형트럭 탄소 배출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027∼2032년 판매 차량의 배출가스 한도를 제한해 사실상 2032년까지 전체 차량의 3분의 2를 전기차로 채우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5.8%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산한 지난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3.9%로 더 적다.

이런 상황에서 67%라는 목표치가 다소 빠듯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일단 배터리 업계에서는 시장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과 맞물려 이미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가 확대되면 배터리를 공급하는 입장에서는 수요가 늘어나고 가동률이 올라갈 수 있어 좋다"라며 "수요 증가에 대응해 미국 공장 가동과 소재 조달 등을 준비하고 있다" 말했다.

미국 정부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IRA에 더해 차량의 탄소 배출 한도까지 규제하면서 전기차 보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IRA로 전기차 보조금이 확대되고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면서 배터리 업계에는 청신호가 켜진 모양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이익에는 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예상 금액이 1천억원가량 반영됐는데, 증권가에서는 북미 생산능력 확대에 따라 수혜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될 연간 AMPC 규모는 2023년 1조원, 2024년 2조6천억원, 2025년 4조9천억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2030년 북미 전기차 전환율 60%와 북미 시장 내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을 30%로 가정할 경우 2032년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내 실질적 생산능력은 600GWh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2023년부터 2032년까지 LG에너지솔루션이 받는 AMPC 누적 총액이 9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와 SK온의 AMPC 예상 금액은 각각 40조원, 45조원으로 제시했다.

삼성SDI의 AMPC 관련 수혜는 스텔란티스와의 북미 합작공장이 가동되는 2025년부터 반영될 전망이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은 2025년 가동 예정으로 AMPC에 대한 기대감은 경쟁사 대비 느리게 반영될 전망"이라며 "하지만 신규 고객사와의 북미 공장 설립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대규모 증설이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SK온 역시 포드와 손잡고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생산기지 3곳을 구축하고 있어 AMPC 혜택이 기대된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온이 받게 될 AMPC 혜택을 2023년 4천201억원, 2024년 6천429억원, 2025년 3조3천억원으로 추정했다.

IRA 수혜 기대와 호실적 등에 힘입어 증시에서 배터리주는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장중 61만3천원까지 오르며 작년 11월 11일(장중 고가 62만9천원) 이후 5개월 만에 60만원을 돌파했다.

코스닥 대장주인 2차전지 소재기업 에코프로 그룹주도 연일 급등세다.

에코프로는 전날 24.70% 폭등한 데 이어 이날 장중 82만원까지 치솟으며 상장 후 신고가를 경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