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경우가 납치살인 제안, 재력가 부부 7천만원 지급"
애초 피해자 남편도 타깃…빼앗을 코인 없자 계획대로 살해
코인열풍이 부른 참극…투자실패 원한에 납치살인 모의(종합)
지난달 말 발생한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은 가상화폐 투자를 둘러싸고 이해관계로 얽힌 인물들이 반년 전부터 계획을 세워 저지른 청부살인으로 사실상 결론났다.

경찰은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모(51·구속)·황모(49)씨 부부가 투자 실패의 책임을 놓고 피해자 A(48)씨와 민·형사 소송을 벌이는 등 원한을 품은 끝에 주범 이경우(36)를 시켜 A씨를 살해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9일 "주범 이경우가 유모·황모 씨 부부에게 피해자 A씨와 그의 남편의 납치·살인을 제안했고, 부부가 작년 9월 착수금 2천만원 등 총 7천만원을 지급하면서 동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부인 황씨에게 강도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편 황씨는 전날 오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됐다.

이경우와 유씨 부부는 A씨 부부를 살해하고 가상화폐를 빼앗아 현금으로 세탁하는 과정까지 구체적으로 모의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작년 9월께 유씨 부부의 계좌에서 7천만원이 인출됐고 같은해 9월 이경우의 부인 계좌로 2천695만원, 10∼12월 수백만원씩 모두 1천565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경우와 유씨가 대포폰을 사용하고, 유씨가 이경우에게 A씨의 가상화폐 소유 여부를 확인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파악했다.

이경우는 유씨 부부에게 받은 범행자금 가운데 1천320만원을 대학 동창인 황대한(36)에게 주며 A씨 납치·살인을 제안했다.

황대한은 이 돈으로 대포폰을 구입하고 연지호(30)와 20대 이모 씨 등 공범을 모으는 등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 부부는 A씨가 납치된 이후에도 범행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

황대한과 연지호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께 서울 역삼동에서 귀가하는 A씨를 납치해 휴대전화 4대와 현금 50만원이 든 가방을 빼앗았다.

이들은 대전으로 내려가던 중 경기 용인시에서 이경우를 만나 휴대전화 등을 전달했다.

이경우는 곧바로 인근 호텔에서 만난 유씨에게 A씨 휴대전화와 황대한이 캐낸 비밀번호를 넘겼다.

A씨가 가상화폐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일당은 애초 계획대로 A씨를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했다.

유씨 부부와 이경우가 A씨 납치·살해를 모의한 구체적 동기도 밝혀졌다.

유씨 부부는 2020년 11월 A씨를 통해 P코인에 약 1억원을 투자했다가 이듬해 초 가격 급락으로 손해를 보자 A씨에게 원한을 갖게 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반면 이경우와 A씨 등 다른 투자자들은 유씨 부부가 시세를 조종했다고 의심해 A씨가 투숙한 호텔에 침입해 약 4억원 상당의 코인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이경우는 오히려 유씨 부부와 화해하고 A씨를 적대시하기 시작했다.

이경우는 2021년 9월 유씨 부부를 찾아가 공갈 사건을 사과하고, A씨와 소송에 필요한 정보를 캐내 전달하기로 하면서 유씨 부부의 신뢰를 얻었다.

경찰은 이경우 등 3인조의 진술과 관련자들 금융거래내역 등을 토대로 이같이 결론 짓고 황씨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범행 경위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경우는 최근 경찰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러나 유씨 부부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경우 등 3인조에 더해 유씨 부부도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