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스트처치 콜 특사에 임명…"내가 해야 할 일"
혐오와 싸우던 뉴질랜드 전총리, 온라인 극단주의대응 특사 맡아
지난 1월 전격 사퇴를 선언하고 물러났던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전 총리가 온라인 극단주의와 싸우는 자리에 임명됐다.

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1뉴스 등에 따르면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는 아던 전 총리를 '크라이스트처치 콜'(Christchurch Call·크라이스트처치의 요구)의 특사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힙킨스 총리는 "크라이스트처치 콜은 정부의 외교 정책 우선순위이며 아던 전 총리는 온라인에서 극단주의 콘텐츠를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계속해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이스트처치 콜은 온라인에서 폭력·극단주의 콘텐츠를 강력히 규제하기 위해 2019년에 만들어진 서약 겸 회의체다.

현재 뉴질랜드를 비롯해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한국 등 50여개국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콜은 2019년 3월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해 51명이 사망한 총격 테러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 범인은 페이스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자신의 범행을 17분간 생중계해 전 세계를 경악게 했다.

또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등을 통해 복사본이 계속해서 돌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들의 대응은 더뎌 비판받았다.

이때 총리였던 아던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으로 온라인에서 극단주의 콘텐츠를 제거하기 위한 회의를 열고 크라이스트처치의 이름을 딴 서약을 만들었다.

특사를 맡게 된 아던 전 총리는 "나는 여전히 이 비극의 영향을 받은 지역사회에 개인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라며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아던 전 총리는 지난 1월 "더는 충분한 에너지가 없다"라며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약 5년 3개월간 뉴질랜드 총리를 지내며 최연소 총리, 재직 중 출산 등 숱한 화제를 낳았고, '저신다 마니아' 현상을 낳을 만큼 젊은 층과 여성, 진보 진영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총기 규제 강화, 온라인 내 혐오 발언 규제, 강력한 코로나19 대응 등 리더십을 보였다.

하지만 극우 단체와 코로나19 백신 반대 조직 등으로부터 지나친 비방과 협박 등에 시달렸다.

일부는 아던 전 총리와 그의 가족에게 위협을 가하다 기소되기도 했다.

한편 아던 전 총리는 2020년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만든 환경 관련 '어스숏 상'(Earthshot Prize)의 이사회에도 합류하기로 했다.

윌리엄 왕자는 "저신다는 이 상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조언하던 사람 중 한명"이라며 "그가 우리와 함께하기로 한 것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