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감옥에 가둬라", "미국을 위대하게"…트럼프에 갈라진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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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출석한 법원 앞에서 찬반 나뉘어 시위…고성 주고받았지만 평화적
'트럼프 조롱' 퍼포먼스로 축제 분위기도…경찰과 각국 취재진 북적
"6년간 이 나라 망쳐 대가 치러야" vs "미국을 위해 위대한 일 한 사람" "그를 감옥에 가둬라(Lock him up)!", "트럼프를 체포하라!"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 형사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기소인부절차를 밟기 위해 출석한 뉴욕시 로어맨해튼 형사법원 앞 컬렉트폰드 공원 한쪽에 모인 시민들은 마치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는 듯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각종 분장과 퍼포먼스가 등장한 것은 물론 그가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퍼부었던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는 악담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구호를 합창했다.
누군가 힙합풍의 'Fxxx 도널드 트럼프'라는 욕설이 섞인 노래를 틀자 주변에서 모두 따라 하는 광경도 목격됐다.
오렌지색 죄수복에 트럼프 가면을 쓰고 공원을 누빈 한 시위자에게는 사진을 같이 찍자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복 차림의 한 여성 시위자는 트럼프 인형과 가짜 돈가방을 들고 마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체포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를 가둬라' 뿐 아니라 '트럼프의 부패는 우리 모두에게 위험', '인종차별을 애국으로 위장하지 말라',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고 적힌 반(反)트럼프 피켓들이 빼곡했다.
공원의 나머지 절반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무대였다.
경찰이 설치한 철제 바리케이드 너머에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이겼다', '바이든을 탄핵하라', '트럼프가 아니면 죽음을',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을 펼쳐 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응원했다.
한 지지자는 흑돼지 사진 위에 이번 기소를 추진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 검사장의 이름을 적은 인종차별적 피켓을 들고 기소에 항의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대부분 백인일 것이란 선입견은 금세 깨졌다.
중국계로 보이는 아시아계 시위자는 물론 '트럼프를 지지하는 흑인들'이라는 티셔츠를 맞춰 입고 온 흑인 시위대도 있었다.
다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인만큼 지지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오전에는 극우 성향의 친트럼프 정치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공화·조지아) 하원의원 등이 시위에 동참했으나 금방 자리를 떴다.
가짜 학력과 이력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공화당 소속 조지 산토스 연방 하원의원도 모습을 드러내고 트럼프에 대한 지지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반트럼프 진영에서 '감옥에 가둬라', '체포하라'는 구호를 합창하자 지지자들은 '유에스에이'를 외치며 맞섰다.
양쪽에서 일부 시위자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언쟁이 벌어졌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기소가 "죽음과 파괴"를 부를 것이라는 선동적인 글을 올렸으나, "걱정할 만한 위협은 없다"는 뉴욕 경찰과 시 당국의 호언이 맞았던 셈이다.
트럼프 지지자 2명이 반트럼프 시위대가 모인 쪽에 들어오자, 한 백인 남성이 "당신들은 누구 편이냐. 그는 범죄자"라고 꾸짖는 장면도 포착됐다.
공원에 배치된 수십 명의 경찰관이 곳곳을 순찰했으나 전반적으로 평화적인 분위기였던 만큼 별다른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를 가둬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시위하던 테오 루이스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지난 6년간 이 나라를 망쳤고,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트럼프 때문에 죽었다"라며 "그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자신의 부동산 가치를 부풀려 대출을 받았다가 세금을 낼 때는 부동산 가치를 축소했다"라고 비난했다.
맨해튼 주민인 루이스는 "그는 수많은 불법 행위를 저질렀고 이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가 감옥에 가는 것을 보고 싶다"라며 "난 이민자의 아들로 이 나라에서 태어난 게 자랑스러웠지만 지금은 당혹스럽다.
그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면 대체 누가 인종차별주의자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킴이라는 이름의 여성 뉴요커는 "트럼프가 드디어 오늘 체포됐다"며 감격해하면서 "이 사건으로는 감옥에 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더 심각한 다른 범죄들 때문에 반드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아내와 함께 '트럼프를 밟지 말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참가한 한 백인 남성은 연합뉴스에 "트럼프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나왔다.
그가 이 사건으로 의기소침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노년 남성은 "그가 한 모든 일은 우리나라를 위한 위대한 일이었다"면서 "그가 계속해서 미국을 위해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기소가 "말도 안 된다"면서 "트럼프가 누구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느냐? 그는 많은 것을 희생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는 수백명의 각국 취재진과 10여대의 중계차,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북적였다.
법원으로 향하기 전 먼저 들른 미드타운 북쪽의 트럼프타워에도 취재진 100여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발하는 장면을 기다리느라 평소에도 혼잡한 5번 애비뉴가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길을 막고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관들은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는 관광객과 행인들에게 "멈추지 말고 계속 걸으세요"라고 외치느라 바빴다.
트럼프타워 맞은편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뉴저지 주민 멜리사는 "아침 8시부터 와서 시위중"이라면서 "트럼프를 응원하러 왔다.
이번 기소는 불공정한 정치적 책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
'트럼프 조롱' 퍼포먼스로 축제 분위기도…경찰과 각국 취재진 북적
"6년간 이 나라 망쳐 대가 치러야" vs "미국을 위해 위대한 일 한 사람" "그를 감옥에 가둬라(Lock him up)!", "트럼프를 체포하라!"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 형사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기소인부절차를 밟기 위해 출석한 뉴욕시 로어맨해튼 형사법원 앞 컬렉트폰드 공원 한쪽에 모인 시민들은 마치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는 듯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각종 분장과 퍼포먼스가 등장한 것은 물론 그가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퍼부었던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는 악담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구호를 합창했다.
누군가 힙합풍의 'Fxxx 도널드 트럼프'라는 욕설이 섞인 노래를 틀자 주변에서 모두 따라 하는 광경도 목격됐다.
오렌지색 죄수복에 트럼프 가면을 쓰고 공원을 누빈 한 시위자에게는 사진을 같이 찍자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복 차림의 한 여성 시위자는 트럼프 인형과 가짜 돈가방을 들고 마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체포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를 가둬라' 뿐 아니라 '트럼프의 부패는 우리 모두에게 위험', '인종차별을 애국으로 위장하지 말라',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고 적힌 반(反)트럼프 피켓들이 빼곡했다.
공원의 나머지 절반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무대였다.
경찰이 설치한 철제 바리케이드 너머에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이겼다', '바이든을 탄핵하라', '트럼프가 아니면 죽음을',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을 펼쳐 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응원했다.
한 지지자는 흑돼지 사진 위에 이번 기소를 추진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 검사장의 이름을 적은 인종차별적 피켓을 들고 기소에 항의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대부분 백인일 것이란 선입견은 금세 깨졌다.
중국계로 보이는 아시아계 시위자는 물론 '트럼프를 지지하는 흑인들'이라는 티셔츠를 맞춰 입고 온 흑인 시위대도 있었다.
다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인만큼 지지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오전에는 극우 성향의 친트럼프 정치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공화·조지아) 하원의원 등이 시위에 동참했으나 금방 자리를 떴다.
가짜 학력과 이력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공화당 소속 조지 산토스 연방 하원의원도 모습을 드러내고 트럼프에 대한 지지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반트럼프 진영에서 '감옥에 가둬라', '체포하라'는 구호를 합창하자 지지자들은 '유에스에이'를 외치며 맞섰다.
양쪽에서 일부 시위자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언쟁이 벌어졌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기소가 "죽음과 파괴"를 부를 것이라는 선동적인 글을 올렸으나, "걱정할 만한 위협은 없다"는 뉴욕 경찰과 시 당국의 호언이 맞았던 셈이다.
트럼프 지지자 2명이 반트럼프 시위대가 모인 쪽에 들어오자, 한 백인 남성이 "당신들은 누구 편이냐. 그는 범죄자"라고 꾸짖는 장면도 포착됐다.
공원에 배치된 수십 명의 경찰관이 곳곳을 순찰했으나 전반적으로 평화적인 분위기였던 만큼 별다른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를 가둬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시위하던 테오 루이스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지난 6년간 이 나라를 망쳤고,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트럼프 때문에 죽었다"라며 "그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자신의 부동산 가치를 부풀려 대출을 받았다가 세금을 낼 때는 부동산 가치를 축소했다"라고 비난했다.
맨해튼 주민인 루이스는 "그는 수많은 불법 행위를 저질렀고 이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가 감옥에 가는 것을 보고 싶다"라며 "난 이민자의 아들로 이 나라에서 태어난 게 자랑스러웠지만 지금은 당혹스럽다.
그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면 대체 누가 인종차별주의자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킴이라는 이름의 여성 뉴요커는 "트럼프가 드디어 오늘 체포됐다"며 감격해하면서 "이 사건으로는 감옥에 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더 심각한 다른 범죄들 때문에 반드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아내와 함께 '트럼프를 밟지 말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참가한 한 백인 남성은 연합뉴스에 "트럼프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나왔다.
그가 이 사건으로 의기소침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노년 남성은 "그가 한 모든 일은 우리나라를 위한 위대한 일이었다"면서 "그가 계속해서 미국을 위해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기소가 "말도 안 된다"면서 "트럼프가 누구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느냐? 그는 많은 것을 희생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는 수백명의 각국 취재진과 10여대의 중계차,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북적였다.
법원으로 향하기 전 먼저 들른 미드타운 북쪽의 트럼프타워에도 취재진 100여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발하는 장면을 기다리느라 평소에도 혼잡한 5번 애비뉴가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길을 막고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관들은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는 관광객과 행인들에게 "멈추지 말고 계속 걸으세요"라고 외치느라 바빴다.
트럼프타워 맞은편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뉴저지 주민 멜리사는 "아침 8시부터 와서 시위중"이라면서 "트럼프를 응원하러 왔다.
이번 기소는 불공정한 정치적 책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