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싱크탱크 ISW, 러 정규군·용병단 갈등악화 지목
WSJ "우크라전 충격의 러 본토 내 파급력 갈수록 커져"
"러 군사블로거 피살은 우크라전 둘러싼 내부 권력다툼"
러시아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해 온 친정부 성향 군사블로거가 폭사한 사건이 러시아 내부 정치투쟁의 결과물이란 관측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첩보기관이 러시아 내 반전 운동가를 이용해 테러를 저질렀다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입장이지만, 이후 그렇게만 보기 힘든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독립언론 '폰탄카' 보도를 인용, 군사 블로거 막심 포민(예명 블라들랜 타타르스키)이 폭사한 카페가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프리고진과 러시아군 지휘부 간의 갈등이 표면화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와그너그룹은 러시아 각지에서 죄수 출신 용병을 모아 우크라이나 동부 최격전지인 바흐무트 등에 투입해 왔다.

프리고진은 이 과정에서 군 지휘부를 '무능한 집단'으로 비하해 갈등을 빚었고, 최근에는 와그너 그룹이 더는 성과를 내지 못하게 하려고 러시아군이 탄약 등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런 와중에 발생한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은 포민은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여러 차례 최전선을 찾아 와그너 그룹 용병들과 사진을 찍거나 와그너 그룹 티셔츠를 입은 모습을 노출해 왔다.

지난달 25일에는 러시아군이 국방장관이나 장성을 교체해도 해결되지 않을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비판하는 동영상을 텔레그램에 올려 군 지휘부를 겨냥한 프리고진의 비판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러 군사블로거 피살은 우크라전 둘러싼 내부 권력다툼"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번 암살에는 프리고진에 대한 경고의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ISW는 "일부 러시아 정치분석가들은 프리고진도 (포민이 암살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면서 "프리고진 소유 카페에서 포민이 암살된 것은 프리고진, 와그너 그룹과 관련한 러시아 내부 분쟁이 더 큰 움직임으로 확대되는 흐름의 일부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고진 본인 역시 사건 직후 우크라이나가 폭탄 테러의 배후라고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5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유명 블로거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는 스피커 역할을 했다지만, 포민이 우크라이나가 암살이란 수단까지 동원해 제거할 정도로 무게감 있는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사건이 러시아 내부 분쟁의 일환이란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WSJ은 프리고진과 러시아군 지휘부, 혹은 크렘린궁 일부 당국자 간의 갈등이 폭탄테러라는 '물리적 수단'이 동원될 정도로 격화했다는 진단이 사실이라면 "이번 전쟁이 러시아 자체에도 갈수록 더 큰 파급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러시아 수사당국은 이달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의 용의자로 26세 현지 여성 다리야 트레포바를 체포했다.

당국은 트레포바가 투옥 중인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지지자라면서, 우크라이나 정보부가 나발니 지지자들과 함께 테러를 계획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해당 사건과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항아리 안에서 거미들이 서로 잡아먹고 있다"며 포민의 암살은 러시아 내부 파벌싸움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