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누명 쓰고 5개월간 수감…CCTV가 배우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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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누명 쓴 사람 말고 배우로 각인되고 싶습니다."
뮤지컬배우 강은일이 성추행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은일은 지난 2018년 3월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음식점에서 지인과 지인의 고교 동창 A 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화장실에서 A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 씨는 강은일을 비롯한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던 중 강은일이 화장실에 간 자신을 따라와 신체 부위를 만지면서 강제로 입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은일은 남자 화장실 칸에서 나와 세면대 앞에서 마주친 A 씨가 자신에게 몸을 밀착하고 입맞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았다. 다수의 작품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모두 하차했으며 소속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2심서 강은일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며 무죄로 뒤집히고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성범죄자 혐의를 벗는 동안 5개월간 이미 구치소 생활을 한 상태다. 강은일은 무죄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주변의 편견 속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그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힘이 든다"며 "그때부터 사람을 못 만나고 매일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2심에서 강은일이 혐의를 벗을 수 있었던 것은 영상학 전문가가 당시 CCTV에 동선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영상학 박사인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장은 지난해 방송된 tvN STORY '어쩌다 어른'에서 강은일의 성폭력 무고 사건을 언급했다.
황 소장은 "2019년 한 중년 남성이 찾아와 자기 조카가 강제 추행 누명을 쓰고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받았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사건 당사자는 강은일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사건의 80% 이상은 술에서 시작된다. 강은일이 사건 당시 여성 A씨를 포함해 지인 4명과 술을 마셨는데, A씨가 화장실에서 강은일한테 추행당했다며 신고했다. 다만 강은일은 여성이 자신을 화장실로 끌고 들어가 먼저 신체를 만졌다고 했다"고 전했다. A씨와 강은일의 진술은 정반대로 엇갈렸다.
이에 대해 황 박사는 “자기가 기억한 것과 영상은 다를 수 있다”며 “자기가 계속 생각하면, 없던 일이 되어버린다. 저는 기억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영상은 진실을 말한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사건의 실마리가 CCTV 영상에 있었다고 밝혔다. 황 소장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은 남녀가 출입구를 함께 사용하고, 칸만 분리돼 있다. 문 아래에는 통풍구가 있고, 문을 열면 정면에 세면대가 보이고, 왼쪽은 여성 칸, 오른쪽은 남성 칸이 마련돼 있다. 면적은 가로 약 3m, 세로 1m로 매우 좁다.
CCTV 화면에 화장실 내부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문 아래 통풍구에 비친 그림자를 토대로 둘의 동선을 유추할 수 있었다. 황 소장이 재구성한 둘의 동선은 이랬다. 강은일이 먼저 화장실로 향했고, A씨가 뒤따라 들어갔다. 이후 여자칸 문이 열렸고 A씨 혼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강은일은 화장실에서 나오려다가 A씨한테 붙잡혀 다시 끌려들어 갔다. 그리고 여성 칸이 열렸다 닫히는 그림자가 포착됐다.
동선대로라면 강은일이 여성 칸에 따라 들어와 추행을 저질렀다는 A씨의 주장은 거짓이었다.
2심 재판부는 황 소장의 분석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CCTV 영상으로 확인한 상황으로 보면 '강 씨가 여자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는 나를 따라 들어와 추행했다'는 A씨 진술보다 '세면대 앞에서 입맞춤과 항의가 이뤄졌다'는 강 씨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며 강은일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옳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황 소장은 "성추행 사건 대부분 피해자의 진술이 우선시 돼 명확한 증거 없이는 빠져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이것을 찾아낸 순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심지어 강은일이 문을 열고 나오려고 할 때마다 여성이 옷을 잡고 끌어당기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됐다"고 밝혔다.
강은일은 4일 방송될 고민상담 토크쇼 ‘진격의 언니들-고민커트살롱’에도 출연해 자신이 억울한 누명을 벗었을 때의 심경을 전할 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뮤지컬배우 강은일이 성추행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은일은 지난 2018년 3월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음식점에서 지인과 지인의 고교 동창 A 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화장실에서 A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 씨는 강은일을 비롯한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던 중 강은일이 화장실에 간 자신을 따라와 신체 부위를 만지면서 강제로 입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은일은 남자 화장실 칸에서 나와 세면대 앞에서 마주친 A 씨가 자신에게 몸을 밀착하고 입맞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았다. 다수의 작품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모두 하차했으며 소속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2심서 강은일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며 무죄로 뒤집히고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성범죄자 혐의를 벗는 동안 5개월간 이미 구치소 생활을 한 상태다. 강은일은 무죄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주변의 편견 속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그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힘이 든다"며 "그때부터 사람을 못 만나고 매일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2심에서 강은일이 혐의를 벗을 수 있었던 것은 영상학 전문가가 당시 CCTV에 동선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영상학 박사인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장은 지난해 방송된 tvN STORY '어쩌다 어른'에서 강은일의 성폭력 무고 사건을 언급했다.
황 소장은 "2019년 한 중년 남성이 찾아와 자기 조카가 강제 추행 누명을 쓰고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받았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사건 당사자는 강은일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사건의 80% 이상은 술에서 시작된다. 강은일이 사건 당시 여성 A씨를 포함해 지인 4명과 술을 마셨는데, A씨가 화장실에서 강은일한테 추행당했다며 신고했다. 다만 강은일은 여성이 자신을 화장실로 끌고 들어가 먼저 신체를 만졌다고 했다"고 전했다. A씨와 강은일의 진술은 정반대로 엇갈렸다.
이에 대해 황 박사는 “자기가 기억한 것과 영상은 다를 수 있다”며 “자기가 계속 생각하면, 없던 일이 되어버린다. 저는 기억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영상은 진실을 말한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사건의 실마리가 CCTV 영상에 있었다고 밝혔다. 황 소장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은 남녀가 출입구를 함께 사용하고, 칸만 분리돼 있다. 문 아래에는 통풍구가 있고, 문을 열면 정면에 세면대가 보이고, 왼쪽은 여성 칸, 오른쪽은 남성 칸이 마련돼 있다. 면적은 가로 약 3m, 세로 1m로 매우 좁다.
CCTV 화면에 화장실 내부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문 아래 통풍구에 비친 그림자를 토대로 둘의 동선을 유추할 수 있었다. 황 소장이 재구성한 둘의 동선은 이랬다. 강은일이 먼저 화장실로 향했고, A씨가 뒤따라 들어갔다. 이후 여자칸 문이 열렸고 A씨 혼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강은일은 화장실에서 나오려다가 A씨한테 붙잡혀 다시 끌려들어 갔다. 그리고 여성 칸이 열렸다 닫히는 그림자가 포착됐다.
동선대로라면 강은일이 여성 칸에 따라 들어와 추행을 저질렀다는 A씨의 주장은 거짓이었다.
2심 재판부는 황 소장의 분석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CCTV 영상으로 확인한 상황으로 보면 '강 씨가 여자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는 나를 따라 들어와 추행했다'는 A씨 진술보다 '세면대 앞에서 입맞춤과 항의가 이뤄졌다'는 강 씨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며 강은일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옳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황 소장은 "성추행 사건 대부분 피해자의 진술이 우선시 돼 명확한 증거 없이는 빠져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이것을 찾아낸 순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심지어 강은일이 문을 열고 나오려고 할 때마다 여성이 옷을 잡고 끌어당기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됐다"고 밝혔다.
강은일은 4일 방송될 고민상담 토크쇼 ‘진격의 언니들-고민커트살롱’에도 출연해 자신이 억울한 누명을 벗었을 때의 심경을 전할 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