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4조 적자 전망까지…삼성전자 '감산 버티기' 지속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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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 실적 발표·이달 말 컨퍼런스콜 앞두고 내부 회의서 감산 수위 고민
오는 7일로 예고된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삼성전자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반도체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적 버팀목이던 메모리 업황 악화로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종전의 '버티기' 전략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부 회의를 열어 감산 관련 수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예상보다 골이 깊은 반도체 업황과 현재 주가 등을 고려해 감산을 해야 한다는 입장과 회사의 미래 가치를 위해 기존 기조를 유지하고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는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잠정 수치만 공개되지만, 이달 말 확정 실적 발표와 함께 진행되는 콘퍼런스콜에서는 감산 관련 추가 입장 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작년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는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올해 시설투자(캐펙스·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설비 재배치 등 생산라인 최적화와 미세공정 전환 등을 통한 '자연적 감산' 여지는 남겼다.
시장에서는 이미 20% 가량의 자연적 감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테스트·부품 업체에 의하면 1분기 삼성전자에서 수주한 물량이 30% 이상 감소했다"며 "삼성전자가 현재 보유한 D램 재고는 경쟁사와 비교해도 높은 21주를 웃도는 수준으로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감산 수준을 오히려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2022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재고는 2021년 말 16조4천551억원에서 지난해 말 29조576억원으로 76.6%(12조6천25억원) 급증했다.
문제는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올해 1월 당시 전망보다 반도체 업황이 더 나빠졌다는 데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8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7천2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9%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은 17.34% 감소한 64조2천953억원으로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은 올해 초만 해도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1조∼2조원대로 예상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눈높이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680억원의 영업적자(다올투자증권) 전망까지 나왔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D램 생산이 감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1분기에도 재고가 증가했을 것"이라며 "보수적인 캐파(생산능력) 운영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미 감산에 나선 마이크론은 추가 감산도 시사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23회계연도의 시설투자(CAPEX) 금액을 기존 '최대 75억달러'에서 '최대 70억달러'로 하향 조정해 제시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주주총회에서 D램 업계가 처한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에 비유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3명(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범용 제품을 가지고 고객은 플레이하는 것이고, 계속 게임을 하면 다운사이클(하강 국면)에서 공급 초과 측면에서는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특성상 수요가 부진하더라도 공급이 수요를 밑돌 경우 가격 상승이 가능하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20% 급락했다.
트렌드포스는 "가격 하락 폭은 2분기에 10∼15%로 둔화할 전망"이라며 "공급업체 재고 수준이 높아 D램 ASP는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생산량이 크게 줄어야만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이전보다는 한발 나아간 감산 시그널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변수는 공급 전략인데 늦은 감은 있지만 마이너스 생산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감산 규모는 업계 수준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전망과 그동안의 전략 등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이번에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종전 입장을 수정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메모리의 경우 신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양산 공급 본격화에 따른 수요 회복 등으로 2분기부터 출하량이 늘고 재고 수준도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감산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2월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업계 전반적으로 투자 축소 움직임이 있지만 삼성전자는 미래를 위해 투자 축소를 하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메모리 사업 분야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기존에 밝힌 감산 계획 외에 추가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산을 단행한다고 해도 이미 보유한 DDR4 재고는 수요가 회복되기 전에 줄지 않고, D램은 재고평가손실을 감안해도 현금 비용(cash cost) 도달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다운턴(하강 국면)이 경쟁사의 체력을 약화시켜 추격을 따돌릴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오는 7일로 예고된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삼성전자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반도체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적 버팀목이던 메모리 업황 악화로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종전의 '버티기' 전략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부 회의를 열어 감산 관련 수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예상보다 골이 깊은 반도체 업황과 현재 주가 등을 고려해 감산을 해야 한다는 입장과 회사의 미래 가치를 위해 기존 기조를 유지하고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는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잠정 수치만 공개되지만, 이달 말 확정 실적 발표와 함께 진행되는 콘퍼런스콜에서는 감산 관련 추가 입장 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작년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는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올해 시설투자(캐펙스·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설비 재배치 등 생산라인 최적화와 미세공정 전환 등을 통한 '자연적 감산' 여지는 남겼다.
시장에서는 이미 20% 가량의 자연적 감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테스트·부품 업체에 의하면 1분기 삼성전자에서 수주한 물량이 30% 이상 감소했다"며 "삼성전자가 현재 보유한 D램 재고는 경쟁사와 비교해도 높은 21주를 웃도는 수준으로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감산 수준을 오히려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2022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재고는 2021년 말 16조4천551억원에서 지난해 말 29조576억원으로 76.6%(12조6천25억원) 급증했다.
문제는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올해 1월 당시 전망보다 반도체 업황이 더 나빠졌다는 데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8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7천2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9%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은 17.34% 감소한 64조2천953억원으로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은 올해 초만 해도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1조∼2조원대로 예상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눈높이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680억원의 영업적자(다올투자증권) 전망까지 나왔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D램 생산이 감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1분기에도 재고가 증가했을 것"이라며 "보수적인 캐파(생산능력) 운영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미 감산에 나선 마이크론은 추가 감산도 시사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23회계연도의 시설투자(CAPEX) 금액을 기존 '최대 75억달러'에서 '최대 70억달러'로 하향 조정해 제시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주주총회에서 D램 업계가 처한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에 비유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3명(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범용 제품을 가지고 고객은 플레이하는 것이고, 계속 게임을 하면 다운사이클(하강 국면)에서 공급 초과 측면에서는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특성상 수요가 부진하더라도 공급이 수요를 밑돌 경우 가격 상승이 가능하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20% 급락했다.
트렌드포스는 "가격 하락 폭은 2분기에 10∼15%로 둔화할 전망"이라며 "공급업체 재고 수준이 높아 D램 ASP는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생산량이 크게 줄어야만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이전보다는 한발 나아간 감산 시그널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변수는 공급 전략인데 늦은 감은 있지만 마이너스 생산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감산 규모는 업계 수준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전망과 그동안의 전략 등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이번에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종전 입장을 수정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메모리의 경우 신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양산 공급 본격화에 따른 수요 회복 등으로 2분기부터 출하량이 늘고 재고 수준도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감산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2월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업계 전반적으로 투자 축소 움직임이 있지만 삼성전자는 미래를 위해 투자 축소를 하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메모리 사업 분야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기존에 밝힌 감산 계획 외에 추가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산을 단행한다고 해도 이미 보유한 DDR4 재고는 수요가 회복되기 전에 줄지 않고, D램은 재고평가손실을 감안해도 현금 비용(cash cost) 도달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다운턴(하강 국면)이 경쟁사의 체력을 약화시켜 추격을 따돌릴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