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나쁜 사람의 앞잡이 안 돼"…美-日 공조 겨냥
중국과 일본 외교장관이 2일 베이징에서 만나 동중국해·오염수 배출·대만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또 중국에서 근무하던 일본인이 간첩 협의로 구속된 것에 대해서도 일본은 조기 석방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맞섰다.

일본 교도통신과 중국 관영 신화사 등에 따르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중국을 찾아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약 4시간에 걸쳐 회담과 오찬을 함께 하며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모두 발언부터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을 거론하며 신경전을 시작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모두 발언에서 "중·일 관계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많은 과제와 심각한 현안에 직면해 매우 중요한 국면에 있다"고 말했고, 친 부장은 올해가 중일 평화 우호조약 체결 45년이라는 점을 언급한 뒤 "역사와 인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며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는 일본을 견제했다.

미중 전략경쟁의 최대 격전지인 대만해협 정세에 대해서는 선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하야시 외무상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중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정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중국이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일본 주변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했다.

반면 친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이자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라는 점을 재확인한 뒤 대만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일찍이 집단 따돌림 수단으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잔혹하게 압박했는데 지금은 중국에 이 수법을 다시 쓰고 있다"고 말한 뒤 '나쁜 사람의 앞잡이가 돼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성어 위호작창(爲虎作?)을 언급하며 미국과 일본의 공조를 겨냥했다.

이어 "봉쇄는 중국의 자립자강 결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모순과 의견 차이에 직면해 파벌을 만들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서로의 차이를 심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