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중심부인 맨해튼의 사무실 공실률이 급증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오래된 빌딩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맨해튼 상업용 부동산을 조사하는 증권사 존스 랑 라살(JLL)을 인용해 올해 1~3월 맨해튼 상업용 부동산의 16%가 공실이라고 보도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대율은 2021년 2분기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앤드류 임 JLL 이사는 "신축 또는 리모델링을 통해 사무 공간은 확장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재고가 계속 쌓이는 중이다"라고 했다.

뉴욕 센트럴파크와 록펠러 센터 사이에 있는 맨해튼 660-5번가 리모델링이 마무리되며 사무실 공급은 더 늘었다. 올해 1분기 이곳에서 새로 추가된 사무 공간은 13만 9354㎡에 달한다. 미 부동산 개발업체 브룩필드가 4억달러를 들여 이곳을 재개발했다.

주변 임대인들은 울상이다. 재택근무 등 사무실에 출근할 동기가 사라지는 와중에 임차인의 수요가 신축 빌딩으로 쏠리고 있어서다. 뉴욕 맨해튼 전역에 있는 상업용 건물의 평균 연령은 75년에 육박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 노동자들은 일주일에 3일만 사무실로 출근하는 제도가 정착됐다. 재택근무가 확산한 뒤 뉴욕시에선 지난해 124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 직장인 한 명당 사무실 인근에서 식사, 쇼핑, 음주 등에 대한 지출이 연 4661달러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맨해튼의 평균 임차료는 1제곱피트(약 0.09㎡)당 76달러를 기록했다. 신축 건물이 들어서도 구축 건물 수요가 줄어 임차료가 보합세를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상업용 빌딩을 주거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애릭 아담스 뉴욕 시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사무실 공간을 재창조해야 하며 빈 공간을 주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건물은 즐비한 데도 (우리는) 주택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아담스 시장은 지속해서 사무실 복귀를 강조해왔다. 그는 "뉴욕에 본사를 둔 기업 CEO는 일주일에 며칠은 사무실에 돌아오라고 직원들에게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