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 모녀 사건' 재발 막자…위기가구 발굴 나선 지자체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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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전기 사용량 체크하고 AI로 안부 전화까지
이웃끼리 돌보는 안전망 구축·배달 체계도 적극 활용
고물가와 고금리, 폐업과 실업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위기가구를 미리 발굴해 제2의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막는 데 앞다퉈 나서고 있다.
수도, 전력 등 기존 기반 시설은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에 이어 인공지능(AI)까지 등장했으며 발굴 대상도 저소득층과 장년층에서 1인 가구와 청년층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 복지 체계 정비에도 사각지대 여전
지난해 8월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오랜 투병과 생활고에도 복지 서비스를 못 받자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더욱이 이들이 화성시에서 이사 오면서 전입 신고를 하지 않는 등 등록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복지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으며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불리며 복지 체계를 재정비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석 달 뒤 서울 서대문구에서도 수원 세 모녀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이 생활고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주소지가 달라 공공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인천에서 기초생활수급자 3명이 잇따라 고독사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가 사라지지 않자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안전망을 더 촘촘히 하는 대책을 내놨다.
◇ AI가 다양한 대화 시도…전기·수도 패턴 바뀌면 확인
인천시는 AI를 활용해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는 'AI 케어콜'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기초생활수급자 3명이 잇따라 홀로 숨진 채 발견되자 AI 케어콜을 주 1회에서 최대 5회로 확대하고 대상도 65세 이상에서 중장년층으로 넓혔다.
인천 남동구는 AI가 경도 인지장애 노인 등에게 주 2회 이상 전화를 걸어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는 시스템을 전국 처음으로 도입했다.
경북도는 언제 어디서나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발견하면 신고할 수 있도록 SNS 채널 '희망 톡'을 시·군별로 개설하고, 가족과 단절되거나 보호자가 없는 가구의 안전을 실시간 확인하는 앱도 보급 중이다.
전기·수도 공급이 끊기거나 사용 패턴이 달라지면 해당 가구를 찾아가 확인하는 지자체도 많다.
경남도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단전, 단수, 체납 등 위기 정보 39종에 질병, 채무, 고용, 체납 등 5종을 더해 위기 가구를 더 촘촘히 발굴하기로 했다.
충남 아산시는 지난해 말 구축한 시스템을 활용해 단전, 단수, 가스공급 중단, 전기료·관리비 체납이 발생한 주소를 추출해 위기 의심 가구를 찾는다.
충북 청주시는 수도 원격검침을 기반으로 홀몸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사용 패턴을 실시간 분석해 위기 상황을 판단하고 있다.
원미정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폐업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증가하고, 고금리·고물가로 2차 복지 사각지대가 확대될 것"이라며 "사각지대 발굴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숟가락 개수도 아는 '홍반장' 활용
마을 사정을 잘 아는 이웃끼리 돌보게 하거나 배달원 등을 명예 사회복지사로 위촉해 위기 가구를 발굴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경기도는 통장, 편의점 종사자, 택배원, 가스 검침원 등 생활업종 종사자와 종교인 등을 명예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위촉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으며 지난해 약 4만4천명에서 올해 5만명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경기 수원시와 전북 군산시는 영화와 같은 '홍반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원시는 주민과 자주 접하는 통장 등을 '돌봄 홍반장'으로 위촉해 공적 복지체계에서 놓친 위기 가구를 찾아내고 있으며, 군산시는 수도꼭지 교체 등 손재주 있는 주민들이 이웃을 돌보는 '우리 동네 홍반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도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주민 안전망을 강화하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위기 가구 대상자 조사를 확대했다.
대구시는 최근 전국 배달 라이더협회와 손잡고 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있다.
라이더들은 기증받은 식품·생활용품을 취약계층에 배달하면서 위기 의심 가구를 발견하면 곧바로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하도록 했다.
충북 증평군은 지난해 녹즙 업체, 퀵 배달 업체에 이어 올해 우체국, 도시가스 회사, 신용회복위원회 등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지역 사정에 밝은 마을 이장 등을 명예직 파수꾼으로 임명해 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있다.
전북 남원시와 순창군, 강원 속초시 등 많은 지자체도 우체국 집배원을 통해 우편물이 쌓여 있거나 집 주변에서 악취가 나면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하도록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이 위기 징후 가구 등을 살피는 '복지 등기우편 서비스'를 8개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했으나 다음 달 3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
(최영수 이상학 김도윤 김용민 김근주 김준범 최종호 김형우 전지혜 김재홍 박정현 최은지 기자)
/연합뉴스
이웃끼리 돌보는 안전망 구축·배달 체계도 적극 활용
고물가와 고금리, 폐업과 실업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위기가구를 미리 발굴해 제2의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막는 데 앞다퉈 나서고 있다.
수도, 전력 등 기존 기반 시설은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에 이어 인공지능(AI)까지 등장했으며 발굴 대상도 저소득층과 장년층에서 1인 가구와 청년층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 복지 체계 정비에도 사각지대 여전
지난해 8월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오랜 투병과 생활고에도 복지 서비스를 못 받자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더욱이 이들이 화성시에서 이사 오면서 전입 신고를 하지 않는 등 등록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복지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으며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불리며 복지 체계를 재정비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석 달 뒤 서울 서대문구에서도 수원 세 모녀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이 생활고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주소지가 달라 공공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인천에서 기초생활수급자 3명이 잇따라 고독사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가 사라지지 않자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안전망을 더 촘촘히 하는 대책을 내놨다.
◇ AI가 다양한 대화 시도…전기·수도 패턴 바뀌면 확인
인천시는 AI를 활용해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는 'AI 케어콜'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기초생활수급자 3명이 잇따라 홀로 숨진 채 발견되자 AI 케어콜을 주 1회에서 최대 5회로 확대하고 대상도 65세 이상에서 중장년층으로 넓혔다.
인천 남동구는 AI가 경도 인지장애 노인 등에게 주 2회 이상 전화를 걸어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는 시스템을 전국 처음으로 도입했다.
경북도는 언제 어디서나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발견하면 신고할 수 있도록 SNS 채널 '희망 톡'을 시·군별로 개설하고, 가족과 단절되거나 보호자가 없는 가구의 안전을 실시간 확인하는 앱도 보급 중이다.
전기·수도 공급이 끊기거나 사용 패턴이 달라지면 해당 가구를 찾아가 확인하는 지자체도 많다.
경남도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단전, 단수, 체납 등 위기 정보 39종에 질병, 채무, 고용, 체납 등 5종을 더해 위기 가구를 더 촘촘히 발굴하기로 했다.
충남 아산시는 지난해 말 구축한 시스템을 활용해 단전, 단수, 가스공급 중단, 전기료·관리비 체납이 발생한 주소를 추출해 위기 의심 가구를 찾는다.
충북 청주시는 수도 원격검침을 기반으로 홀몸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사용 패턴을 실시간 분석해 위기 상황을 판단하고 있다.
원미정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폐업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증가하고, 고금리·고물가로 2차 복지 사각지대가 확대될 것"이라며 "사각지대 발굴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숟가락 개수도 아는 '홍반장' 활용
마을 사정을 잘 아는 이웃끼리 돌보게 하거나 배달원 등을 명예 사회복지사로 위촉해 위기 가구를 발굴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경기도는 통장, 편의점 종사자, 택배원, 가스 검침원 등 생활업종 종사자와 종교인 등을 명예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위촉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으며 지난해 약 4만4천명에서 올해 5만명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경기 수원시와 전북 군산시는 영화와 같은 '홍반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원시는 주민과 자주 접하는 통장 등을 '돌봄 홍반장'으로 위촉해 공적 복지체계에서 놓친 위기 가구를 찾아내고 있으며, 군산시는 수도꼭지 교체 등 손재주 있는 주민들이 이웃을 돌보는 '우리 동네 홍반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도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주민 안전망을 강화하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위기 가구 대상자 조사를 확대했다.
대구시는 최근 전국 배달 라이더협회와 손잡고 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있다.
라이더들은 기증받은 식품·생활용품을 취약계층에 배달하면서 위기 의심 가구를 발견하면 곧바로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하도록 했다.
충북 증평군은 지난해 녹즙 업체, 퀵 배달 업체에 이어 올해 우체국, 도시가스 회사, 신용회복위원회 등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지역 사정에 밝은 마을 이장 등을 명예직 파수꾼으로 임명해 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있다.
전북 남원시와 순창군, 강원 속초시 등 많은 지자체도 우체국 집배원을 통해 우편물이 쌓여 있거나 집 주변에서 악취가 나면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하도록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이 위기 징후 가구 등을 살피는 '복지 등기우편 서비스'를 8개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했으나 다음 달 3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
(최영수 이상학 김도윤 김용민 김근주 김준범 최종호 김형우 전지혜 김재홍 박정현 최은지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