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마쓰야마시 마루키미술관서 20년간 밀착 촬영한 기록 전시
한센병 환자 애환 다룬 재일 사진작가 조근재 작품전
한센병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1960년대부터 20년간 일본 전역의 요양소를 돌며 환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온 재일 사진작가 조근재(1933∼1997년)의 작품전이 열린다.

'땅속 어둠, 지상의 빛 - 탄광, 조선인, 한센병'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히가시마쓰야마(東松山)시 소재 '원폭의 그림 마루키(丸木) 미술관'에서 5월 7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는 조 씨의 2만5천여점의 작품 중에 미공개 사진을 포함해 210여점이 소개된다.

이와 함께 조 씨가 생전에 지녔던 카메라와 도쿄, 구마모토(熊本), 군마(郡馬) 등 9개의 요양소를 돌며 촬영해온 행적 등이 소개된다.

재일동포 2세인 조 씨는 가정연료로 일본에서 가장 많은 갈탄을 채굴하던아이치(愛知)현 지타(知多)군에서 태어났다.

중3 때 부친을 잃으면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퇴 후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기도 했다.

1958년 연극단의 조명 담당으로 입사한 그는 전국 순회공연 중에 한센병 요양소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후 도쿄의 국립한센병요양소를 방문해 강제 격리된 재일조선인이 겪는 이중 차별 상황을 보고 이들의 삶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이전까지 한센병 환자를 기록한 사진은 전부 원거리 촬영이거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사진이 대부분이었는데 조 씨의 작품에는 정면에서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근거리에서 일상을 담은 게 많았다.

마루키미술관 관계자는 "조 씨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한센병 환자와 함께 먹고 자면서 신뢰를 쌓았기에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며 "덕분에 한센병 환자의 차별과 인권 침해 상황을 세상에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센병을 앓는 조선인 환자의 모습을 "태양이 머리 위에 빛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유·무형의 벽에 갇혀 어둠뿐인 땅속에 있는 것 같았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전시 기간인 4월 23일에는 한센병 문제를 기록해 온 동료 사진작가 야에가시 노부히로(八重樫信之) 씨가 조 씨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토크콘서트도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