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골프 신세계 강남점. /아이엠탐 제공
보스골프 신세계 강남점. /아이엠탐 제공
골프 의류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본 곳 중 하나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 시장 규모가 5조6850억원(아이지에이웍스)까지 치솟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래서 고물가, 고금리 영향 등으로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올해를 골프 의류 업계 관계자들은 브랜드들의 ‘옥석’을 가리는 시기라고 보고 보수적으로 살림을 꾸리고 있다. 실제로 2020년부터 해마다 두자릿수로 커 온 신세계백화점 골프웨어 매출 성장률은 지난 1월 처음 한자릿수(7%·전년 같은 달 대비)로 내려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 보스골프의 행보가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백화점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린 것을 시작으로 골프 선수 후원 시장에도 뛰어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골프 브랜드를 보유한 아이엠탐은 국가대표 골프선수 박예지(18), 장유빈(21)과 공식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계약 기간은 두 선수 모두 2년이다. 이들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규투어에 데뷔할 경우 계약을 연장하는 옵션을 포함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가대표인 장유빈은 평균 비거리가 300m가 넘는 ‘장타자’다. 박예지는 최근 국제 주니어 골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유망주다. 두 선수 모두 다수의 스폰서가 눈독을 들였던 ‘블루칩’이다. 보스골프는 이들에게 아마추어로는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공격적인 행보는 보스골프가 지난 두 달간 국내 시장 탐색전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성공을 확신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 론칭한 보스골프는 업계에서 ‘1부 리그’로 통하는 백화점에 빠른 속도로 깃발을 꽂고 있다. 지난달 17일 신세계 강남점을 시작으로 같은달 현대 본점에 매장을 차렸다. 이달 초에는 신세계 대전점과 신세계 센텀시티점, 더현대서울 등 5개 매장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보스골프에 따르면 오는 6월에는 신세계 광주점에 6호점을 열고, 상반기까지 10개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백화점 상품기획(MD) 관계자는 “백화점 본점은 1년에 2~3회 MD개편을 통해 매출 하위 브랜드들을 과감히 정리한다”며 “이들 매장 모두 평균 연 매출 8000만원 이상은 돼야 ‘생존’할 수 있는 매장들인데, 백화점에서도 보스골프를 인정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보스골프는 ‘PXG 신화’를 쓴 신재호 카네·로저나인 회장이 독일 명품 양복으로 유명한 ‘휴고보스그룹’과 손잡고 출범한 브랜드다. 휴고 보스는 2011년 ‘휴고 보스 그린’ 라인을 통해 한 차례 국내 골프 의류 시장을 두드린 바 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 뒤 국내에서 완전히 철수한 건 아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존재로 남아 있었다.

휴고보스는 신 회장에게 5년 독점 라이선스를 약속했다. 명품 브랜드로서는 이례적으로 긴 기간으로, 계약 기간 신 회장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겠다는 뜻이다. 보스골프 관계자는 “휴고 보스 본사가 만든 골프의류를 단순히 판매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디자인과 생산까지 도맡아 한 뒤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 판매하는 방식”이라며 “국내 기업이 명품 브랜드 골프 옷을 직접 생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보스골프는 수년 안에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전역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