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공사 소유 아파트서 1명 숨져…2021년 10대 2명 사상
뒤늦게 전수 조사 후 보일러 교체…"진작에 조치했다면" 분통
10년 전 'CO 중독' 판박이 사고에도 손 놓고 있던 석탄공사
2021년 2월 강원 삼척시 한 아파트에서 10대 2명 중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일산화탄소(CO) 중독' 사고는 처음이 아니었다.

약 10년 전 대한석탄공사가 소유한 바로 옆 아파트에서 빼다 박은 듯한 사고가 일어나 1명이 숨졌고, 석탄공사 측이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까지 나왔으나 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다.

28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이전 사건 판결문을 보면 2012년 2월 진폐 환자 A씨는 삼척시 도계읍 한 아파트 2층에서 잠이 들었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아래층과 이어진 연탄보일러 연통의 벌어진 틈 사이로 새어 나온 연탄가스가 원인이었다.

광업소에서 근무하다가 진폐증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요양 중이던 A씨는 한 달에 1∼2회 외박을 허락받았고, 그때마다 친척이 석탄공사로부터 임차해놓고 잘 쓰지 않던 이 아파트에서 숙식하다가 변을 당했다.

이에 유족 측은 석탄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연통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해 A씨가 사망했음을 인정하고 석탄공사 측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연통에서 연탄가스가 새는 하자에 대한 보수책임은 석탄공사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명시했다.

10년 전 'CO 중독' 판박이 사고에도 손 놓고 있던 석탄공사
하지만 10년 가까이 지나도록 바뀐 건 없었다.

2012년과 2021년 사고가 난 아파트 모두 5층 규모로 각 층의 보일러실에 있는 연탄보일러 연통이 위층의 보일러실을 모두 통과해 옥상으로 나가는 구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즉 101호 연통은 201∼501호 보일러실을, 201호 연통은 301∼501호 보일러실을 차례로 통과해 옥상으로 나가는 구조라는 점에서 사고 재발 위험성이 컸지만, 안전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석탄공사는 정기적으로 연탄보일러 설치 세대의 배관을 점검하거나 가스 유출에 대비한 감지기를 설치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2021년 사고가 난 뒤에야 도계읍에 있는 아파트 총 3곳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여 연탄보일러 설치 33세대와 기름보일러 설치 4세대, 기타 고장이나 파손된 가스보일러가 설치된 10세대를 확인하고, 이를 전부 신규 가스보일러로 교체했다.

이 같은 사실은 2021년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목숨을 잃은 B(당시 18)양의 부모와 뇌 손상 진단을 받은 C(당시 19)군이 석탄공사를 상태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진행하면서 밝혀졌다.

하지만 석탄공사 측은 법정에서 "사고의 원인이 연탄가스로 인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라거나 "배관은 공사가 책임을 부담하는 공용부분에 해당하지 않고, B양과 C군이 무단 입실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책임을 부정했다.

10년 전 'CO 중독' 판박이 사고에도 손 놓고 있던 석탄공사
양측 주장을 살핀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재형 부장판사)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석탄공사 측에 "B양 부모와 C씨에게 각각 2억여원과 약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피해자 부모들은 "10년이 지났으나 변한 건 없었고, 쉬쉬하기만 했다"며 "아직 석탄공사 측으로부터 어떤 위로의 말이나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원고 측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중심 류재율 변호사는 "석탄공사는 최근에야 대대적으로 연탄보일러를 교체하고, 거주자를 파악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했다"며 "최초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런 조치를 했다면 또다시 사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조치 의무 미이행과 관련한 물음에 석탄공사 관계자는 "배관은 공용부분에 해당하지 않고, (사고의 원인을) 무단입실로 보고 있다"며 법정에서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