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뒤 병원비·생활비 빚더미…파산자 10명 중 4명이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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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파산비중 역대 최대
5년 새 41% 늘어나
서울은 절반이 60대 이상
취직 못한 자녀 뒷바라지에
구순 부모 봉양까지 떠맡아
대출 등 채무 돌려막기 한계
5년 새 41% 늘어나
서울은 절반이 60대 이상
취직 못한 자녀 뒷바라지에
구순 부모 봉양까지 떠맡아
대출 등 채무 돌려막기 한계
60대 남성 A씨는 어머니의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약 6000만원의 빚을 졌다. 이후 일하던 회사가 코로나19로 경영난에 빠져 월급이 크게 줄자 채무 상환에 문제가 생겼다. 설상가상으로 뇌졸중까지 닥쳤다. 일을 할 수 없게 된 A씨는 결국 작년에 파산을 신청했다.
지난해 60대 이상 고령층의 개인 파산 신청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개인 파산 신청자 10명 중 4명이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소득 절벽’에 빠졌지만 생활비는 물론 각종 병원비, 자녀 뒷바라지 등의 목돈 지출에 노출되는 고령층이 늘고 있어서다. 경기침체 속 가파른 고령화로 인해 향후 노인 파산 비중이 더욱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인 파산은 지난 5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8년 60대 이상 노인의 전국 파산 접수 건(1만1223건)과 지난해 수치를 비교해보면 5년 새 41.4% 증가했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도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5년 전만 해도 노인 파산 접수 건수는 40~50대보다 적었다. 2018년 60대 이상 파산 접수 건수는 1만1223건(25.9%)으로, 50대(1만4846건)와 40대(1만1403건)에 이어 세 번째였다. 이듬해인 2019년 노인 파산 접수 건수는 1만2606건(27.7%)을 기록하며, 40대(1만1648건)를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1만7236건으로 50대 파산자(1만6423명)마저 제치고 비중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50대 파산자와의 격차를 2432명까지 벌리며 ‘가장 많이 파산하는 세대’라는 오명을 이어갔다.
대부분의 노인 파산은 계속된 빈곤과 질병 등으로 인한 고질화된 누적 부채 때문이다. 여기에 은퇴로 소득이 쪼그라들지만 부모와 자신의 병원비, 자녀의 취업 준비 뒷바라지, 결혼비용 등 목돈이 필요한 상황까지 겹쳤다. 개인회생·파산 사건을 맡는 김영룡 법무사는 “지난해까지는 저금리 기조가 남아 있어 어떻게든 버티는 이들이 많았다”며 “올해는 고금리와 부동산 가격 급락 등으로 연초부터 파산하겠다며 찾아오는 어르신이 많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70대 B씨는 택시운전을 하며 가정을 꾸렸으나 나이가 들면서 기사직을 잃은 뒤 일용직마저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생계를 위해 생활비 대출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채무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치매 초기 진단을 받고 경제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2022년 개인 파산을 선택했다.
노인 파산은 농촌보다 도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60대 이상 개인 파산자는 전체 신청자 가운데 45.1%다. 파산자 가운데 절반이 노인이라는 의미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서울에서 살아가는 데 더 많은 주거비·생활비가 필요해 노인 파산이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노인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노인 파산이 많아지는 것이란 지적도 있지만 실제로는 파산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체 인구 가운데 60대 이상 비율은 2018년 21.6%에서 2022년에는 26.4%로 4.8%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 개인 파산 접수 건수는 12.5%포인트 늘었다.
법조계에선 ‘빚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파산을 선택하는 노인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녀에게 부채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파산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빚 청산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정책이사는 “현재 60대는 과거 같은 세대보다 긴 기대수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경제활동 의지도 더욱 강하다”며 “하루빨리 빚을 해결하고 제대로 경제활동을 해보겠다는 생각에서 노인 파산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지난해 60대 이상 고령층의 개인 파산 신청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개인 파산 신청자 10명 중 4명이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소득 절벽’에 빠졌지만 생활비는 물론 각종 병원비, 자녀 뒷바라지 등의 목돈 지출에 노출되는 고령층이 늘고 있어서다. 경기침체 속 가파른 고령화로 인해 향후 노인 파산 비중이 더욱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빚의 굴레’에 갇힌 노인들
27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개인 파산을 신청한 4만1304명 가운데 60대 이상이 1만5864명에 달했다. 전체의 38.4%로 10명 중 4명꼴이다. 통계 집계 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노인 파산은 지난 5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8년 60대 이상 노인의 전국 파산 접수 건(1만1223건)과 지난해 수치를 비교해보면 5년 새 41.4% 증가했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도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5년 전만 해도 노인 파산 접수 건수는 40~50대보다 적었다. 2018년 60대 이상 파산 접수 건수는 1만1223건(25.9%)으로, 50대(1만4846건)와 40대(1만1403건)에 이어 세 번째였다. 이듬해인 2019년 노인 파산 접수 건수는 1만2606건(27.7%)을 기록하며, 40대(1만1648건)를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1만7236건으로 50대 파산자(1만6423명)마저 제치고 비중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50대 파산자와의 격차를 2432명까지 벌리며 ‘가장 많이 파산하는 세대’라는 오명을 이어갔다.
대부분의 노인 파산은 계속된 빈곤과 질병 등으로 인한 고질화된 누적 부채 때문이다. 여기에 은퇴로 소득이 쪼그라들지만 부모와 자신의 병원비, 자녀의 취업 준비 뒷바라지, 결혼비용 등 목돈이 필요한 상황까지 겹쳤다. 개인회생·파산 사건을 맡는 김영룡 법무사는 “지난해까지는 저금리 기조가 남아 있어 어떻게든 버티는 이들이 많았다”며 “올해는 고금리와 부동산 가격 급락 등으로 연초부터 파산하겠다며 찾아오는 어르신이 많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30대보다 많은 70대 파산자
특히 70대 이상 파산 인구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70세 이상 파산 접수 건수는 2018년 2298건에서 2022년 3575건으로 55.6% 늘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70세 이상 파산자가 30대 파산자를 뛰어넘었다. 2021년 30대 파산 접수 건수는 3927건, 70대 이상은 3556건이었으나 2022년에는 각각 3013건, 3575건을 기록하며 순위가 역전됐다.70대 B씨는 택시운전을 하며 가정을 꾸렸으나 나이가 들면서 기사직을 잃은 뒤 일용직마저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생계를 위해 생활비 대출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채무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치매 초기 진단을 받고 경제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2022년 개인 파산을 선택했다.
노인 파산은 농촌보다 도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60대 이상 개인 파산자는 전체 신청자 가운데 45.1%다. 파산자 가운데 절반이 노인이라는 의미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서울에서 살아가는 데 더 많은 주거비·생활비가 필요해 노인 파산이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노인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노인 파산이 많아지는 것이란 지적도 있지만 실제로는 파산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체 인구 가운데 60대 이상 비율은 2018년 21.6%에서 2022년에는 26.4%로 4.8%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 개인 파산 접수 건수는 12.5%포인트 늘었다.
법조계에선 ‘빚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파산을 선택하는 노인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녀에게 부채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파산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빚 청산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정책이사는 “현재 60대는 과거 같은 세대보다 긴 기대수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경제활동 의지도 더욱 강하다”며 “하루빨리 빚을 해결하고 제대로 경제활동을 해보겠다는 생각에서 노인 파산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