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열린 발전포럼서 中 고위인사들, 양갈래 메시지
투자유치 확대 노력하지만 미중경쟁·대만 상황 등 불확실성 상존
'디커플링 위기' 직면한 중국, 개방확대-기술자립 '병행' 천명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이후 처음 개최한 대규모 국제회의로 관심을 끈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서는 개방 확대와 과학기술 자립 강화라는 두 개의 화두가 동시에 제시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등 세계 굴지의 기업 대표 약 100명을 베이징으로 불러 모은 가운데, 중국 지도부 인사들이 대거 출동해 대외 개방 의지를 피력하며 투자 유치에 나선 것이 이번 포럼의 핵심이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6일 발전포럼에 보낸 축전에서 "중국은 대외 개방의 기본 정책을 견지"할 것이라며 "규칙, 규제, 관리, 표준 등 제도적 개방을 안정적으로 확대해 각국 및 각측과 제도적 개방의 기회를 공유하겠다"고 공언했다.

같은 날 기조발언자로 나선 시 주석의 최측근 딩쉐샹 국무원 상무(수석) 부총리도 "대외 개방은 중국의 기본정책이고 현재 중국의 선명한 표시"라며 "우리의 발전 구도는 폐쇄적인 국내순환이 아니라 훨씬 개방적인 국내와 국제 쌍순환"이라고 강조했다.

왕원타오 상무부장은 이번 포럼에 참석차 방중한 퀄컴, 케링그룹, 화이자, 코닝, 프록터앤드갬블 등 5개 기업 CEO와 23∼26일 회동했고, 친강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은 25일 미국 재계 인사들과 만났다.

더 나은 기업 환경을 보장할 것이니 적극적으로 중국에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디커플링 위기' 직면한 중국, 개방확대-기술자립 '병행' 천명
그와 동시에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깃발을 높이 들고 동조 세력 확대에 나선 상황에서 중국은 과학기술 자립을 강조하는 메시지도 함께 나왔다.

류쿤 재정부장은 26일 포럼 연설에서 "중국의 혁신, 연구·개발(R&D) 투자는 여전히 고속 성장의 길에 있다"며 "과학 기술 혁신 지원을 우선순위에 두고 기업의 과학 기술 혁신 주체 역할을 더 잘 수행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 부장은 또 "산업망과 혁신망을 심도 있게 융합해 전통 산업의 개조 및 업그레이드를 촉진하고 전략적 신흥 산업의 발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평범하고 당위적인 메시지로 볼 수 있었지만,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이 메시지가 미국 의회의 23일(현지시간) 틱톡 청문회 등으로 과학기술 부문 대중국 견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나온 점에 주목했다.

베이징 소재 정보통신소비연맹 샹리강 이사장은 27일자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 배경을 가진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탄압에 대해 중국 중앙 정부가 '분명한 인식'를 하고 있으며, 내부 혁신 드라이브를 견실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과학기술 분야 분석가 마지화 씨는 류쿤 부장의 발언에 대해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사회 시스템 전체를 활용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원슈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은 23일 포럼 연설에서 "경제 규율을 고려하지 않은 채 디커플링과 망 단절을 강행하면 이는 필연적으로 전 세계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것이며, 이는 전 세계를 적대하는 것"이라며 반도체 분야를 필두로 심화하고 있는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 행보를 비판했다.

이처럼 중국이 3년 만에 개최한 대규모 오프라인 국제회의에서 개방과 과학기술 자립을 동시에 강조한 것은 현재 중국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주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미중 전략경쟁은 점점 심화하고, 대만 해협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기업 해외 투자에 가장 큰 걸림돌인 '불확실성'의 그늘이 중국에 여전히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개방을 약속하고 투자를 유치하려 해도 정세를 둘러싼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돌파구 마련 등을 통한 과학기술 자립·자강에 이전보다 더 거국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커플링 위기' 직면한 중국, 개방확대-기술자립 '병행' 천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