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 제한 대학' 선정 뒤 재정 급속도로 악화…학생 학습권 침해
교직원들 "생존권 달렸는데 학교법인 모르쇠 일관"…법인 "최선 다하는중"
밀린 임금·공과금만 110억원…존폐 갈림길에 선 한국국제대
올해로 설립 46년을 맞은 한국국제대학교가 재정난에 밀린 공과금이 11억원에 달하며 교직원 체불 임금도 100억원 수준인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교직원들은 학교가 존폐 갈림길에 섰음에도 경영권을 가진 학교법인 측에서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교육부와 진주시의 관심과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국제대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 미납액은 약 11억원이다.

이달 말까지 전기료를 납부하지 못할 경우 단전이 예고되어 있다.

학내 단전이 되면 전기뿐만 아니라 인터넷, 수도 등 다른 시설 사용도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단전이 되면 학교 측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학생들 출입을 먼저 통제해야 할 실정이다.

또 학내 기숙사에 입실해 있는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학교 시설 운영 현황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본관 승강기는 수년째 전력이 끊겨 직원과 학생들은 걸어서 이동해야 하며 청소할 사람이 없어 화장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학내 10여개 건물 중 대다수가 폐쇄되고 현재 4개 건물에서 대부분 강의가 진행 중이다.

한국국제대는 1977년 7월 학교법인 일선학원으로 설립 인가를 받은 뒤 2003년 4년제 종합대학으로 승격했다.

종합대학으로 승격했을 때만 하더라도 입학정원은 1천265명이었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경쟁력 하락 등으로 점차 정원이 줄였다.

밀린 임금·공과금만 110억원…존폐 갈림길에 선 한국국제대
본격적으로 재정 상황이 악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

당시 평가 하위권에 속하는 대학에 정부 재정 지원 및 학자금 대출 등을 제한하는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선정된 뒤부터 재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이때부터 교직원 월급이 밀리기 시작해 교수, 행정직 가릴 것 없이 학교를 떠나기 시작했다.

2021년 총 180명이던 교직원은 올해 58명으로 불과 2년 사이 3분의 2가량의 교직원이 그만뒀다.

남은 이들은 은행 대출 등을 통해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체불된 임금만 약 100억원에 달한다.

급속한 교직원 이탈로 인해 학사 행정은 마비 수준이다.

2018년 738명이던 정원도 올해 393명까지 떨어졌으며 실제 입학한 신입생은 27명에 그쳐 충원율은 6.9%에 불과하다.

문제는 학교 통장마저 압류돼 등록금 등 새로 들어오는 자금을 학교를 위해 쓸 수 없다는 데 있다.

떠난 교직원들이 체불 임금을 돌려받겠다며 학교에서 사용하는 통장 100여개에 대해 압류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학교 계좌로 들어오는 모든 돈은 교직원들의 체불 임금을 지급하는 데 쓰이고 있다.

교직원들은 상황이 이런 데도 학생들 학습권과 교직원 생존권에 대한 최종 책임이 있는 법인이사회에서 미적지근한 태도만 보인다며 하소연했다.

한 학교 관계자는 "답답한 마음에 학내 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교육부와 권익위원회 등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지역사회에 도움도 요청했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며 "남은 직원들은 파국으로 치달은 상황에서도 재학 중인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스스로를 희생하며 학교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밀린 임금·공과금만 110억원…존폐 갈림길에 선 한국국제대
그러나 법인 역시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요 수입원인 부동산 임대는 수익용 기본재산 경매, 건물 미준공으로 인해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고액 장기체납자에 등록돼 진주시에 체납한 지방세만 2억8천만원이다.

사학연금법에 규정된 법인부담금도 대학으로 전출하지 못한지 수년째라 대학이 법인에서 받지 못한 채권만 21억원이 넘는다.

법인은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인 관계자는 "압류된 통장이나 미납된 공과금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교직원들도 법인과 갈등만 키워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