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인도까지 수년 걸릴 수도…FTX 창업자 '송환 직후 석방' 주목
몬테네그로 당국 "오늘 송환 심리 열 것"…직접 기소는 변수
권도형 송환 韓·美·몬테네그로 어딜까…"첫 기소 국가 우선권"
해외 도피 11개월 만에 체포된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장본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신병 인도를 한국과 미국 당국이 각각 요구하는 가운데 몬테네그로 당국도 그를 기소하면서 향후 송환 국가와 시기가 주목받고 있다.

AFP 통신은 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법정에서 이날 권 대표에 대한 송환 요청과 관련해 심리가 진행되며 권 대표가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몬테네그로 경찰은 권 대표 등 2명을 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와 측근 한모씨는 전날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된 여권을 사용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다가 적발됐다.

몬테네그로가 직접 권 대표의 사법처리에 나서면서 향후 그의 신병 처리 방향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몬테네그로에서 받는 혐의는 문서 위조 혐의로, 테라·루나 사태와 직접 관련돼 기소된 미국 등으로 보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 통신은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직후 미 연방검찰이 권 대표를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으며, 검찰이 그를 미국 뉴욕으로 송환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통신은 "권 대표가 뉴욕으로 보내질 경우 암호화폐 시장의 또다른 거물인 FTX 공동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고 있는 같은 검찰청의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미언 윌리엄스 검사장이 이끄는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앞서 작년 12월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를 창업한 뱅크먼-프리드를 사기와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뱅크먼-프리드 역시 해외 도피 중 체포됐다는 것이 권 대표와 공통점이다.

그는 작년 12월 12일 FTX 본사가 위치한 카리브해의 바하마에서 당국에 검거됐으며, 9일 만인 같은달 21일 미국 뉴욕으로 송환됐다.

권도형 송환 韓·美·몬테네그로 어딜까…"첫 기소 국가 우선권"
뱅크먼-프리드의 전례에 비춰보면 권 대표 역시 미 검찰의 요청에 따라 수일 내로 신속히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검찰도 그를 송환하기 위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국 검찰은 권 대표의 신속한 송환을 위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지만, 미국과 싱가포르 당국도 동시에 수사 중인 탓에 절차가 매우 복잡할 전망이다.

일단 몬테네그로 발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모두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 협약'에 해당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범죄인 인도 사건 전문인 마이클 즈와이백 변호사는 블룸버그에 "범죄자를 먼저 기소한 국가가 송환에 우선권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체포 당일 뉴욕 검찰이 권 대표를 기소한 것을 두고 "미 당국이 한국 정부와 합의한 후 행동에 나섰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형사 사건에 있어 미국 당국이 한국과 비교해 자산 압류 권한이 더 크며, 권 대표의 자산을 확보한 후 이를 한국에 일부 공여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종류의 국가 간 거래는 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어느 나라를 향하든 범죄인이 신병 인도를 거부할 경우 실제 송환 결정에 이르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즈와이백 변호사는 지적했다.

FTX의 뱅크먼-프리드가 체포된 다음 신속히 송환됐으며, 곧이어 보석으로 풀려난 배경에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검찰과의 '거래'가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권도형 송환 韓·美·몬테네그로 어딜까…"첫 기소 국가 우선권"
뱅크먼-프리드는 뉴욕에 송환된 다음날 보석금 2억5천만달러(약 3천246억원)에 풀려났고, 석방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가 실제 법원에 돈은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부모가 보석금의 약 10% 가치에 불과한 주택만 담보로 제공한 것이 추후 드러나 논란이 됐고, 검찰과 뱅크먼-프리드가 애초 송환과 보석을 놓고 '패키지딜'을 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왔다.

이에 따르면 향후 미국 수사당국과 권 대표 사이 형량 등을 놓고 모종의 거래가 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