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전세기·열차로 극비리 우크라 방문…바이든과 같은 경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방문은 일본 내에서도 극소수의 인원만 관여한 가운데 비밀리에 추진됐다고 일본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고 기시다 총리가 현지 방문을 강하게 희망해 실현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전세기·열차로 극비리 우크라 방문…바이든과 같은 경로
◇ 인도서 전세기로 폴란드 이동…자동차·열차 갈아타며 키이우 도착
인도를 방문 중이던 기시다 총리는 20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일본대사관저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한 뒤 밤 10시께 뉴델리 호텔로 돌아왔다.

일본 외무성 직원은 총리 수행 기자단에 이날 총리 일정이 더는 없다며 정상회담에 관한 브리핑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외무성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사이 총리가 호텔을 나가 우크라이나로 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애초 21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도쿄로 돌아오는 대신 이날 밤 뉴델리 팔람 공군기지에서 정부 전용기 대신 전세기를 타고 폴란드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가 사전 발표한 기시다 총리 일정은 19일부터 22일까지 인도 방문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폴란드 제슈프 공항에서 내린 뒤 자동차를 타고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에 인접한 폴란드 프세미실 기차역에 도착했다.

그가 21일 새벽 프세미실에서 우크라이나행 열차에 오르는 모습은 일본 방송 NHK 등에 포착됐다.

기시다 총리는 약 10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이날 정오께 우크라이나 키이우 기차역에 내렸다.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같은 경로다.

인도에서 기시다 총리와 동행한 이는 기하라 세이지 관방 부(副)장관과 아키바 다케오 국가안전보장국장, 야마다 시게오 외무성 외무심의관, 통역, 경시청 소속으로 중요 인물 특별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관 등 10명 남짓이었다.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일본 정부 내에서도 극소수의 인원만이 관여해 준비를 진행했다.

통상 총리의 외국 방문에는 총리관저와 외무성, 방위성, 자위대 등의 다수 직원이 관여하지만, 이번 방문에는 사전 정보 유출을 우려해 총리관저와 외무성 극소수 인원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무성은 기시다 총리가 열차를 타고 우크라이나로 이동하는 시점인 21일 낮 12시 15분께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공식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문 때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등 비밀 유지를 약속받고 기자 2명을 동행시켰지만, 일본 정부는 사전 정부 유출을 경계해 기자들을 동행시키지 않았다.

기시다 전세기·열차로 극비리 우크라 방문…바이든과 같은 경로
◇ 제2차 대전 후 일본 총리로는 처음 전투 중인 국가 방문
기시다 총리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침공한 이후 처음이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투가 진행되는 국가 또는 지역을 방문한 첫 일본 총리이기도 하다.

기시다 총리는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이 G7 의장국으로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하는 자세를 보이고자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으로 분석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찾으면서 G7 정상 가운데 우크라이나 땅을 밟지 않은 정상은 기시다 총리가 유일했다.

일본 언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한 당일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데 대해 일본이 G7 의장국으로서 중국의 중재 외교에 맞서려는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지난 1월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방문을 요청받았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는 지난달 등 여러 차례 총리 방문을 검토했으나 전황 악화 및 현지 안전 확보 문제와 국회 사전 보고 과정에서 정보가 공개될 우려가 있어서 무산됐다.

일본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기시다 총리 방문 전 러시아에 방문 사실을 알렸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