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용의자는 미국에서 필리핀으로 간 환승객
'인천공항 실탄' 수사 난항…경찰 "피의자 특정은 아직"
인천국제공항 여객기에서 발견된 실탄 2발의 유입 경로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경찰단은 지난 10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으로 가려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발견된 9㎜ 권총탄 2발과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국과수에 실탄 2발의 유전자(DNA) 감식을 요청하고 여객기 탑승자 명단을 확보하는 등 탄알이 기내에 유입된 경로를 수사하고 있다.

당시 승객 2명은 좌석 밑에서 순차적으로 실탄을 발견해 승무원에게 전달했고, 항공기는 이륙 직전 인천공항 터미널로 되돌아왔다.

승무원이 첫 번째 실탄을 건네받고도 금속 쓰레기로 보고 경찰이나 보안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찰은 공항 보안검색대 영상을 분석한 결과, 환승객 외국인 A씨의 수하물 안에 실탄 3발이 들어 있는 형태를 뒤늦게 확인했다.

A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지난 10일 실탄이 발견된 당일 필리핀 마닐라로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있으나 육안상으로 수하물 속 물체가 탄알 3발이 맞는지, 기내에서 발견된 2발과 같은 종류인지 등을 판단할 수 없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진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속하게 감식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국과수에 협조를 부탁한 상태"라며 "일단은 A씨에 대한 국제 공조 수사를 1차적으로 요청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실탄 발견 이후 승객의 신체 검색만 이뤄지고 위탁·휴대 수하물에 대한 엑스레이 검색은 이뤄지지 않아 2차 보안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인천공항 관계자는 "당시 추가 보안 검색이 있었다면 수하물 주인을 현장에서 조사했을 것"이라며 "민원을 우려해 절차를 간소화한 보안당국의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또 다른 장소에서 발견된 실탄의 유입경로도 수사 중이다.

해당 실탄 1발은 지난 16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쓰레기통에서 환경미화원이 분리수거 중 발견했다.

이 실탄은 5.56㎜ 소총용 탄알로, 앞서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발견된 실탄 2발과는 다른 종류의 실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공항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쓰레기통에 실탄을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을 10명 이내로 좁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각각 발견된 실탄들은 서로 관련 없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며 "신속한 사건 해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