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소리 후 공중분해 추락"…기체 산산조각, 기름 냄새 진동
'순찰 비행' 비행계획과 달리 송전탑 공사 투입 경위 조사 중

강원 영월에서 송전탑 유지보수 공사에 투입된 민간 헬기 1대가 공사 자재를 나르던 중 전선에 걸려 추락해 조종사 등 2명이 숨졌다.

관계 당국은 사고 헬기가 애초 산불 진화용으로 강원도에 임차됐으나 최근 송전탑 유지보수 공사에 투입된 경위와 항공정보실에 보고한 비행계획과 달리 공사 자재를 운반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영월서 송전탑 공사 투입 헬기 전선에 걸려 추락…2명 숨져(종합3보)
◇ 송전탑 공사 자재 운반 중 전선 걸려 '쾅' 굉음 후 추락
15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6분께 영월군 북면 공기리에서 AS350B2 기종 민간 헬기 1대가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기장 A(65)씨와 화물 운반 업체 관계자 B(51)씨가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를 가장 먼저 목격하고 119에 신고한 주민 남순만(65)씨는 "헬기 꼬리가 전선에 닿으면서 '쾅' 하는 굉음과 함께 공중분해 되는 게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며 "'아차! 이거 큰일 났구나' 싶어서 신고했다"고 말했다.

남씨는 "헬기 소리가 다른 때보다 유별나게 커서 마당에 나와서 쳐다봤더니 헬기가 저쪽(평창)에서 이쪽(영월) 송전탑 쪽으로 오다가 방향을 바꿔서 돌더니, 꼬리가 전선에 닿으면서 굉음과 함께 공중분해가 되고 잔해물이 우수수 떨어졌다"고 사고 당시를 설명했다.

산 중턱의 사고 현장은 산산이 조각 난 기체가 송전탑 바로 아래 돌탑 인근에 흩어져 있었다.

꼬리 날개 부분은 기체에서 20∼30m 아래 떨어진 곳에 있었고, 송전탑 전선은 끊어지지는 않았으나 피복이 벗겨진 모습이 맨눈으로도 또렷이 보였다.

남씨가 '공중분해'로 설명한 것처럼 사고 당시 꼬리 날개가 전선에 걸려 조각난 뒤 추락했음을 짐작게 했다.

헬기 소리가 유별나게 컸다는 설명으로 미루어보아 비행고도가 평소보다 낮았거나 비행경로가 평소와 달랐을 가능성도 있다.

다행히 헬기 추락으로 인한 화재 등 2차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폭발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항공유 냄새가 진동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헬기가 운반 중이던 자재가 담긴 포대가 발견되기도 했다.

영월서 송전탑 공사 투입 헬기 전선에 걸려 추락…2명 숨져(종합3보)
◇ 산불 진화용인데 화물 날라…'순찰 비행' 계획과도 불일치
사고 헬기는 강원도가 올해 봄과 가을철 산불 진화용으로 임차한 9대 중 1대다.

도는 올해 1월 춘천권 지자체들과 비용 6억8천만원을 분담해 민간 업체와 계약을 맺고 1월 10일부터 산불 진화에 활용했다.

이 헬기는 올해뿐만 아니라 수년간 도내에서 산불 진화 등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담수 용량 910L(리터)급 소형 헬기로 1995년 제작돼 기령(비행기 사용 연수)은 28년이다.

기장인 A씨는 강원지역에서만 20년 가까이 비행한 베테랑으로서 2018년 강원도가 전국 최초로 야간 산불 진화 헬기 시범 운영할 때 기장을 맡기도 했다.

도는 이 헬기를 산불 조심 기간인 1월 10일∼5월 20일, 10월 18일∼12월 20일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헬기 업체 측은 이달 9일 헬기를 회수한 뒤 10일부터 다른 헬기를 산불 진화 임무에 투입했다.

회수된 헬기는 한국전력공사 원주전력지사에서 담당하는 송전탑 유지보수 공사에 투입됐으며, 공사를 맡은 하도급 업체는 헬기 업체와 이달 14∼16일 사흘간 임차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월서 송전탑 공사 투입 헬기 전선에 걸려 추락…2명 숨져(종합3보)
다만 사고 헬기 회수 이유에 대해서 도는 "업체 측에서 '정비를 위해 헬기를 회수하는 대신 다른 헬기를 대체 투입해 주겠다'고 연락해왔다"고 밝혔으나 업체 측은 "정비·점검을 위한 회수는 아니다"고 밝혀 사고 헬기의 송전탑 공사 투입 경위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사고 헬기의 비행계획서 역시 실제 비행과는 다른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헬기는 이날 오전 6시 56분께 서울지방항공청 김포공항 항공정보실에 '1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춘천·홍천·인제 순찰 관리'를 목적으로 한 비행계획서를 냈다.

그러나 보고한 시각보다 이른 오전 7시 30분께 홍천군 두촌면 가리산휴양림 인근 계류장을 이륙해 영월 북면 공기리 인근에서 송전탑 공사 자재 운반 비행을 했다.

사고 헬기는 지난 12일과 13일 제출한 비행계획서에도 '춘천·홍천·인제 순찰 관리 비행'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정보실 관계자는 "비행계획서 상으로는 비행 목적이 순찰 관리 비행이라고 보고됐을 뿐 비행 목적이 자재 운반이라는 정보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영월서 송전탑 공사 투입 헬기 전선에 걸려 추락…2명 숨져(종합3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