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VB 파산 여파에…국제유가도 흔들 [오늘의 유가 동향]
국제 유가가 미국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하락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8달러(2.45%) 하락한 배럴당 74.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지난 2월 22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국 주요 은행들의 줄도산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인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한 이후 시그니처 은행도 파산했다. 이로 인해 국채 금리가 급락하고,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가격은 급등했다. 금 가격도 급등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고 있다.

주말 동안 미 중앙은행(Fed)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와 시그니처 은행의 고객 예치금을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 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을 시행한다고 밝히는 등 나섰으나 지역 은행들의 주가 급락은 지속되고 있다.

ING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안전자산 선호로 국채와 금 가격이 오르고, 변동성이 큰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강한 매수세로 유가 하락세는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
美 SVB 파산 여파에…국제유가도 흔들 [오늘의 유가 동향]
이들은 "지난해 말 이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 조치로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원유 수요가 회복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는 점에서 유가 하락세는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도 계속됐다.

프라이스 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태로 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데 앞으로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또한 이것이 달러 약세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날의 유가 급락은 다소 놀랍다"라고 말했다. 통상 국제 원유는 달러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달러 약세는 원유 수요를 자극하는 유가 상방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ICE달러지수는 1%가량 하락한 103.646 근방에서 거래됐다. 달러화는 Fed의 3월 0.50%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면서 하락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